|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거산(巨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면(永眠)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김 전 대통령은 다투는 형제를 타이르듯 "싸우지 말고 화합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하고 국민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국가장으로 치러진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서설(瑞雪)이 흩날리는 가운데 서거 닷새 만에 국회의사당에서 오후2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엄숙하게 거행됐다.
최연소 국회의원, 최다선(9선) 의원, 최연소 야당 총재 등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애도 속에 국회에 마지막으로 등원했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장남 김은철, 차남 김현철씨 등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안식을 기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한 감기 증세로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날 낮 서울대병원 빈소를 다시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배웅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영결식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YS의 민주화 운동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깊게 파인 얼굴 주름 사이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님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면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역정을 함께한 많은 후배·동지들이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세우고 임께서 염원하셨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고 추모했다.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여야 정치세력도 이날만큼은 화합을 다짐했다.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의 갈등을 풀어내고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통합의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행렬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여생을 보냈던 상도동 사저와 김영삼도서관을 거쳐 오후4시38분께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장군 제3묘역 오른쪽과 제2묘역 왼쪽 능선에 자리 잡은 묘역에 안장됐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2일부터 영결식 당일까지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약 3만7,400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7,480명, 시간당 312명이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