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러 '시리아 동상이몽'… 주도권 경쟁 본격화

케리, UAE 찾아 "반군 위주 사태 해결돼야"… 푸틴은 이란 방문 "주권 개입 안돼"

국제사회가 파리 테러를 일으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면전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정부와 온건반군·IS로 사분오열된 시리아 사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군으로 대표되는 친미 계열의 온건 수니파를, 러시아는 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으로 대표되는 시아파 정부를 지지하면서 'IS와의 전쟁'이 미·러의 서로 다른 셈법으로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케리 장관은 와병 중인 UAE 대통령 대신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을 만나 IS 격퇴 협력을 당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나라는 걸프 지역의 군사대국이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현 시리아의 집권세력인 알아사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알아사드에 맞서 4년간 싸워온 반군의 열망을 담는 방법으로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동 시아파의 맹주 격인 이란 테헤란을 방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이 이란을 찾은 것은 8년 만이다. 테헤란에서 열린 가스수출국포럼(GECF) 참석이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란 수뇌부와 시리아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은 경쟁국을 항상 수동적인 입장에 놓으려고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좌절시켜왔다"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시리아를 점령해 중동 전체를 장악하고 이란과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게 미국의 장기 전략"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 지도자와의 회담에서 "누구도 외부에서 시리아 국민에게 국가 통치 형태나 구체적 지도자에 대해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시리아 국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친러인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적인 반군 세력을 시리아 집권 세력으로 내세우려는 미국의 의도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날 이란에 대한 원자력 개발 프로그램 관련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방공미사일 S-300 인도를 개시하는 등 과거 군사 분야 협력관계를 복원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는 2007년 이란과 S-300 미사일 5개 포대 분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에 밀려 계약을 파기했다가 올 4월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미사일 수출 금지령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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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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