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메가 FTA' TPP·RCEP, 한국에 어떤 영향 주나

새 무역질서 부상… GVC 편입, 활용해야 저성장 극복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메가 FTA란 무엇인가요
세계 경제 주도국 등 3국 이상 참여
양자 FTA 해소 못하는 장벽없애
통관시간·비용절감 효과 매우 커

■TPP와 RCEP 차이점은
TPP 완전 자유화 방식 추구
서비스서 노동까지 규범 마련
RCEP는 개도국에 예외 인정
개방수준 낮지만 인구규모 월등

요즘 언론에 TPP와 RCEP라는 용어가 자주 오르내립니다. 흔히 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 그리고 RCEP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으로 불립니다. TPP와 RCEP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메가(Mega)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엇이고 왜 탄생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FTA(Free Trade Agreement)는 국가 간 무역거래에 관세장벽을 허무는 자유무역협정이고 메가 FTA는 양자 FTA와 달리 참여국 수가 3개 이상이면서 특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국이 참여하는 FTA를 뜻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TPP와 RCEP는 모두 메가 FTA의 전형적 예입니다. TPP는 세계 경제규모 1위와 3위국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RCEP도 세계 경제규모 2위와 3위국인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그리고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가 FTA의 배경에는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이 있습니다. 이제 상품생산은 과거와 달리 여러 나라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기술개발은 미국 본사가 담당하지만 부품조달은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등의 업체가 맡고 있으며 제품조립은 중국 등이 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중간부품이나 기술·자본 등이 5개 나라를 거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간부품이나 기술·자본 등이 여러 나라를 드나들 때마다 관세를 내야 하고 때로는 통관제도가 달라 부품이동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입니다. 양자 FTA를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무역장벽을 허물었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끼리의 부품거래에서는 여전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양자 FTA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아이폰을 만드는 생산 네트워크에 있는 나라를 모두 하나로 묶어 관세를 철폐하고 단일 통관제도를 만든다면 부품이나 기술 이동이 보다 쉬워지고 무역비용과 시간도 절약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있는 국가 전체의 자유무역이 추진되고 이것이 바로 메가 FTA 탄생의 근본 배경입니다.

메가 FTA는 이렇게 기존의 양자 FTA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향후 국제무역의 새로운 질서로 정착될 가능성 높습니다. 따라서 무역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수단인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해볼 때 TPP 가입은 시간문제일 뿐 불가피하다고 하겠습니다. 메가 FTA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점진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탈락하게 되고 결국 무역축소로 이어져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돼 이를 잘 활용하면서 우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것이 고령화·저성장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TPP와 RCEP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점이 같고 또 다를까요. 모두 메가 FTA로 수준 높고 포괄적인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방수준은 RCEP보다 TPP가 높습니다. TPP는 완전 자유화를 추구하면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예외를 인정합니다. 반면 RCEP는 역내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처럼 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가 있어 이들 국가에 관세철폐 예외 등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TPP보다 개방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또 TPP는 서비스나 투자 자유화는 물론 노동이나 환경 등 최근 국제무역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무역 이슈에 대해서도 역내 규범을 만든 반면 RCEP에서는 아직 이러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낮습니다.

TPP는 선진국, 특히 미국 주도하고 있습니다. TPP 역내 국내총생산(GDP) 중 미국의 비중이 60%를 넘습니다. 반면 RCEP는 아세안 10개국이 아세안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협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RCEP 내에서 아세안의 경제규모는 11%에 불과합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44%, 23%나 됩니다. 그런데도 중국과 일본이 RCEP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이 RCEP를 주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RCEP를 아세안이 주도하게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경제력이 크기 때문에 이 두 나라의 동의 없이 아세안만으로 RCEP를 진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사문제나 국경문제 등으로 양국의 사이가 좋지 않아 RCEP 협상이 매우 느리게 진행됐습니다.

한편 RCEP는 경제규모 면에서 TPP에 뒤지지만 인구나 무역규모 면에서는 TPP에 앞섭니다. RCEP의 인구 수는 34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반면 TPP는 약 8억명으로 RCEP의 4분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세계 1, 2위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RCEP 멤버이니 인구 수에서 TPP가 RCEP를 앞서기는 어렵습니다. 무역규모도 세계 1위 수출국인 중국 덕분에 RCEP가 TPP를 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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