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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이정민(23·비씨카드)이 3년 전의 짜릿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이정민은 지난 6월까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9개 출전 대회에서 3승을 쓸어담았지만 7월부터 흔들렸다. 9월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하는 등 왼쪽 어깨 부상 탓에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다. 7월 이후 8개 대회에서 컷오프가 세 번이었다. 시즌 초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을 병행하면서 어깨에 무리가 온 듯했다. 신인이던 2010년에도 어깨 통증 탓에 신인왕 타이틀을 놓친 터라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이정민은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약속이나 한 듯 벌떡 일어섰다. 23일 경기 광주의 남촌CC(파71·6,571야드)에서 계속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우승상금 1억4,000만원) 2라운드. 이정민은 버디 4개에 이글 1개까지 몰아치고 보기는 2개로 막아 4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로 3타 차 단독 2위. 상금랭킹 3위인 그는 상금왕 타이틀 획득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정민은 2012년 11월 초 부산 아시아드CC에서 열렸던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통해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선수다. 2010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 대회로는 서울경제 대회가 첫 승이었다. 896일 만에 통산 2승째를 거둔 이정민은 "이정민이라는 선수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되새겨드린 대회"라고 2012년 서울경제 대회를 떠올렸다. 다음주 제8회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10월30~11월1일·경남 거제 드비치GC)을 앞두고 잃었던 샷과 퍼트 감을 바짝 끌어올린 것이다.
1번홀(파5)을 이글로 출발, 전반에만 4타를 줄인 이정민은 후반 들어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꿨다. 드라이버 샷이 다소 불안해졌으나 정확한 어프로치 샷으로 갤러리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15번홀(파5)에서 그린 주변 칩샷을 탭인 거리에 붙여 파를 지킨 이정민은 18번홀(파4)에서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떨어뜨려 보기를 면했다.
단독 선두는 10언더파 김해림(26·롯데)이다. 13~15번홀 세 홀 연속 버디 등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았다. 2009년 데뷔한 김해림은 아직 우승이 없지만 직전 대회인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2년 서울경제 대회에서 이정민이 우승할 때 김해림은 1타 차 단독 2위를 했다. 김해림은 "매년 좋아지고 있다. 곧 우승도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 공동 선두였던 초청선수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2타를 잃었다. 2타를 줄인 상금 선두 전인지(21·하이트진로)와 4언더파 공동 7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