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투기 동원해 시리아 IS 근거지 락까 공습
"오바마·푸틴과 곧 회동"… 유엔안보리 소집 요구
'테러 위험' 이중국적자 추방 위한 개헌 주장도
오바마 "IS는 악의 얼굴" 대처 강화 촉구에도
"대규모 지상군 투입엔 반대" 기존 입장 재확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11·13 파리 테러의 배후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 중'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는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등 국제연합군과 시리아 내 IS 근거지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역시 IS의 '돈줄'을 끊기 위해 처음으로 원유 수송 차량을 공격했지만 여전히 지상군 투입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베르사유궁에서 지난 201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며 "프랑스는 IS와 전쟁 중"이라며 시리아의 IS 근거지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해 테러리즘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IS를 '다에시(daesh)'로 부르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에시'는 IS의 바뀌기 전 이름인 ISIS(Islamic State of Iraq Sham)를 아랍어로 번역한 후 앞글자만 따 순서대로 배열한 것으로 명칭만으로는 IS가 주장하는 국가라는 뜻이 없어 IS는 이를 자신들에 대한 경멸·모욕으로 여기고 쓰지 말 것을 협박해왔다.
프랑스는 파리 테러 이후 IS에 대해 즉각 응징에 나선 상황이다. 전날 미국 등 국제연합군과 함께 요르단과 페르시아만에 있던 전투기 12대를 동원해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데 이어 16일 밤(현지시간)과 17일 새벽 사이에도 전투기 총 10대를 동원, 폭탄 16발을 떨어뜨려 IS 지휘본부와 훈련센터 2곳을 파괴했다. 오는 19일에는 샤를드골 항공모함을 시리아 인근 해역에 파견하기로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시리아 관련 정책에서 이견을 보이던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을 멈추고 한편이 돼 테러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IS 격퇴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파리 테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도 요구한 상태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앞으로 2년간 경찰을 5,000명 증원하고 군대와 사법부 등의 대테러 인력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테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이중국적자에 대해 국적 박탈이나 추방 등의 조치를 내리기 쉽게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개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유약하고 물렁한 이미지로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혀온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단호한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IS를 '악의 얼굴'이라고 규정하고 세계 각국이 IS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IS의 '돈줄'을 끊기 위해 IS에 매달 수천만달러를 벌어다 주는 원유 수송 차량 100대 이상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원유 수송트럭을 겨냥해 공습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미국은 민간인 운전자들의 인명 피해를 우려해 직접적 공격을 자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와 이라크 현지에 대한 대규모 미 지상군 투입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국제연합군이 동참하는 공습 위주의 현행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