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서경이 만난 사람]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 경계 무너져… 이용자 보호도 융합형으로 바꿀 것

'서경이 만난 사람'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1
'서경이 만난 사람'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3

방송·전기통신·IPTV법 등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규정 일원화 추진

SK의 CJ헬로비전 인수건도 '이용자 보호' 기준이 최우선 고려 사항

'방송평가규칙 개정'은 방송품격 향상 위한 것… 총선과는 관련 없어


"최근 방송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방송, 통신, IPTV(인터넷TV) 법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신규 융복합 서비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도 융합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최성준(58·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3시간 넘게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융합' 시대에 이용자와 사업자 또는 사업자 간 분쟁을 해결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일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 간 경계가 무너져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각 서비스를 하나하나 팔 때 적용됐던 원칙들을 그대로 적용하기 모호한 경우가 생겼다"면서 "이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소비자의 후생이 줄어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 위원장은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IPTV법 등에 흩어져 있는 이용자의 이익침해 행위를 단일화하는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KT가 위성방송·IPTV·초고속인터넷·전화 등을 결합한 OTS(Olleh Tv Skylife)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사각지대 논란이 제기됐었다. OTS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위성방송까지 제공하는 과정에서 융합 서비스에 대한 회계 구분이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일반 위성방송 가입자가 OTS 가입자에 대한 설치·관리·유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에는 같은 방송 콘텐츠라도 TV를 통해 수신하면 방송법, IPTV로 수신하면 IPTV법,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면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방송·통신이 결합된 분쟁이 발생하면 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수시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입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에 대해서도 그는 '이용자 보호' 기준을 제일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는 "케이블 1위 사업자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합쳐져 새로운 결합상품이 나올 텐데 경쟁 업체들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없는지, 공정경쟁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봐야 할 것"이라며 "결합상품이 처음에는 이용자에게 좋은 것 같지만 부메랑이 돼 안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어 세심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면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유통되고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아프리카TV 등) 개인 인터넷 방송이나 웹 전용 방송 등은 아동과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 반해 불법 유해정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다만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에 대해서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해결방법이 될 수 없고 그로 인해 생긴 피해는 시청자한테 돌아가므로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이 운영하는 '지상파재송신협의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재송신에 따른 적정 대가를 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협상 절차를 협의체에서 기본 틀로 만들어 제시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 논란이 제기됐던 '방송평가 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오보·자극적인 방송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면서 "방송 프로그램의 품격을 향상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막말·오보 방송에 따른 감점을 최대 두 배로 높여 향후 방송사업 재허가 때 반영하는 내용의 이 규칙 개정은 이미 지난해 방통위의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해 3년 임기 중 절반을 넘긴 최 위원장은 "42년 만에 방송광고 형태별로 규제돼오던 칸막이식 광고제도가 사라지고 시간 총량으로 규제하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각종 규제개선에 지금까지 힘썼다"면서 "앞으로도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방송통신 규제를 개선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위원장은 2009년 모친이 암으로 돌아가신 뒤 상속 받은 유산 중 5억원을 "암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서울아산병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리=김지영기자 jikim@sed.co.kr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co.kr
사진=송은석 기자

He is…

△1957년 서울 △1979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1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수료 △198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98년 특허법원 판사 △2000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2002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0년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2012년 춘천지방법원장 △2013년 인터넷주소분쟁위원회 위원장 △2014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단통법, 소비자에 혜택… 이통사만 이익 주장은 오해"

자급제폰 등 요금할인 서비스… 이통사 3분기 실적 줄어들어

김지영 기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의 지난 3·4분기 실적만 봐도 단통법이 이통사만을 위한 법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의 차별이 해소되기는커녕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이통사만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은 실상 오해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과거에는 지원해주지 않았던 자급제폰·중고폰에도 1~2년에 걸쳐 요금할인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어난 반면 이통사의 수익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한 이통 3사의 3·4분기 실적을 보면 총 매출액은 12조4,7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5%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 요인 중 하나로 업계는 '20% 요금할인제(20% 선택약정할인제)'를 꼽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 더 많은 지원금으로 공짜에 가깝게 휴대폰을 구입했다는 일부 소비자의 인식 역시 '오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50만~60만원의 지원금을 다 받은 사람은 극소수이고 오히려 상당수는 2년 요금 약정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할인을 받은 것"이라면서 "당시 판매점에서 '공짜폰'이라는 말에 현혹돼 실제로 공짜로 휴대폰을 샀다고 오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선을 높이는 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8월 미국의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이 단말기 지원금을 폐지하고 통신요금을 20달러씩 낮춘 사례를 들며 전 세계적으로 지원금을 폐지하고 요금 경쟁으로 전환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다만 단통법이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원래 취지에 맞게 시장에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장에서 인기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평균 지원금이 23만2,000원으로 최고 지원금(33만원)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의 안착으로 시장이 예측 가능해지고 요금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필요할 경우 개선방안을 검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동제작 활성화해 中 방송 수입규제 극복"

김지영 기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통신시장의 안정뿐만 아니라 방송시장의 진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방송시장에서 국내 방송 콘텐츠의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저작권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위원장은 우선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방송 콘텐츠가 과도하게 수입되고 있는 점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초부터 중국 내 온라인 사이트에서 국내 드라마를 방영할 경우 해당 드라마의 전체 대본을 사전에 중국 정부에 제출해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국내 방송 콘텐츠 수출을 놓고 규제를 강화했다. 사전제작이 드문 국내 방송 업계를 고려할 때 드라마 종영 이후에나 중국으로 수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1·2차에 걸친 중국 정부의 심사기간까지 고려한다면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방송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불법으로 국내 방송 콘텐츠가 유포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실제로 올 상반기 SBS 드라마 '피노키오'가 한 회당 28만달러까지 팔리던 데서 현재 4만달러로 대폭 하락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중국 사정을 고려해 방송 콘텐츠의 공동제작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중이 공동제작할 경우 방영 제한이나 까다로운 심의를 받는 외국산 제작물이 아닌 중국 내 제작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중 FTA가 비준되기 전에라도 이 협정을 조속히 추진해 공동제작을 활성해나가자고 중국 정부와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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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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