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항공기 금융 2조 눈앞… 간접투자길도 열린다

투자금 회수 쉽고 안정적 수익 가능… 저금리 시대 새 투자처로 급부상



핀란드 국영항공사인 핀에어나 싱가포르항공은 해외 국적 항공사지만 앞으로 여객기 주인은 KDB대우증권이나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만으로는 안정적 투자수익을 올리기 어렵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항공기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7일 NH투자증권과 KB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이던 기관투자가들의 항공기 투자규모가 올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6,700억원 수준에 이어 하반기에만 1조원 넘는 자금이 항공기에 몰렸다. 김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때문에 장기 채권투자로도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자 연기금과 보험사, 공제회를 중심으로 항공기 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기 투자의 매력은 무엇보다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다. 2004년 이후 항공여객 수요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 추세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항공기 탑승률이 2004년 이후 80% 수준으로 올랐고 항공화물 수요까지 꾸준히 증가하자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늘리는 외형확장을 본격화했다. 항공사는 여객기나 화물기가 필요했지만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해 항공기를 빌려 쓰는 금융리스를 하게 됐고 이 리스상품에 펀드형식으로 국내 기관들이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투자금 회수가 용이한 것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진웅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항공사가 파산하더라도 항공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고 투자기간이 최소 5년에서 15년까지 장기면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기 연구원도 "그동안 유행했던 선박 투자에 비해 자산가격 변동성이 크게 낮아 기관들이 항공기 금융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3년 교직원공제회가 국내에서 처음 항공기 매입에 700억원을 투입했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지만 수익성이 확인되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교직원공제회는 항공기를 12년 동안 중동계 항공사에 임대해 연 6%의 안팎의 내부수익률(IRR)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지난해 대우증권과 경찰공제회가 항공기 금융에 합류했으며 지난 2월 하이투자증권은 에티하드항공에 항공기 리스 영업을 시작했다. 또 HMC투자증권과 교보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항공기 투자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으며 산은캐피탈·롯데손해보험·동부화재 등도 항공기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자산가에 한정됐지만 대우증권이 지난해 핀에어항공기 채권을 유동화해 개인에 판매한 바 있어 내년부터는 일반 개인들의 투자기회도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대우증권은 만기 5년에 연 7~8%의 기대 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웠다. 김은기 연구원은 "내년에 신탁이나 공모형의 항공기 투자 상품이 나오면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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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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