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차림 3명 난입 무차별 총격… 환자·의료진 등 31명 사상
2012년 샌디훅 사건 후 최대
용의자 2명 추격전 끝 사살
잇단 참사에도 총기구매 늘어 올 블프 18만건… 작년보다 5%↑
프랑스 파리 테러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대형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시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기난사로 최소 14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지난달 27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낙태옹호단체 '가족계획연맹'이 저지른 총격 사건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일어난 참사로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총기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 무장괴한 3명이 샌버나디노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인랜드리저널센터'에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격 용의자 3명이 군복 차림에 복면을 쓴 채 총기를 난사했다"며 "이번 사고로 건물 안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 등 14명이 사망했고 17명이 총상으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고 밝혔다. NYT는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중 일부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희생자 수로는 지난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발생해 26명이 사망한 총격사건 이후 최대 규모로 올해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샌버나디노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검은색 차량을 타고 도주하던 용의자들과 총격전을 벌여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사살했다. 경찰은 또 총격전이 벌어졌던 곳 근처에서 달아나는 인물 1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지만 용의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사살된 용의자들이 돌격소총과 권총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며 테러 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도 미국처럼 총기사건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며 초당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총기난사 비극은 이제 미국에서 하나의 전형(pattern)이 돼버렸다"며 "지구상의 어떤 나라에서도 이렇게 총기사고가 잦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극히 상식적인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데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총기규제 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요구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11번째이며 관련 서명도 15차례나 발표했다.
내년에 치러질 대선의 민주당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번 사건을 규탄하며 총기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건 직후 트위터에 "비정상적인 총기사건이 미국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며 "총기폭력 근절을 위한 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 등 민주당 인사들은 그동안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해왔으나 그때마다 미국총기협회(NRA)의 로비를 받는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계속되는 총기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총기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시즌 첫날인 지난달 27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매자 신원조사는 하루 기록으로 사상 최대인 18만5,345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5% 늘어난 수치다. 통신은 총격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미국인들이 불안감을 느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 구매를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