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돌아온 예산철, 종이대신 '인간쪽지'까지 등장하나

내년 4·13총선을 앞둔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낯부끄러운 행태로 자행되고 있다. 38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18일 소위 위원의 사·보임 논란으로 결국 심사 사흘 만에 파행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위 참여위원을 매일 1명씩 교체하는 방식으로 정원보다 1명 많은 8명을 소위에 투입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꼼수'라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회의 시작 20분 만에 정회했다.

매년 국회 예산심의철이 돌아올 때마다 벌어지던 '쪽지 예산' 등 현역 의원들의 지역 예산 챙기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확정된 2015년 예산은 정부 안보다 6,000억원 줄었지만 그 와중에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힘깨나 쓴다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번갈아 끼워 넣은 쪽지 예산이 주범이었다. "종이비행기 쪽지까지 들어와 예산심사 기조가 흔들릴 정도"라는 예결위 자체의 한탄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이 대신 사임과 보임의 형식을 빌려 의원들이 번갈아 투입되는 '인간 쪽지'라는 또 다른 편법이 동원된 것이다.

새정연 측은 새누리당이 앞서 호남이 지역구인 이정현 의원을 소위에 집어넣으려 했다는 전력을 문제 삼아 "도긴개긴 아니냐"며 "지역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새정연은 한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호남(이정현 의원)을 버린 것 같지만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는 식의 억지까지 부리고 있다. 다시는 쪽지 예산이 없을 것이라던 여야의 공약이 어떤 형태의 추한 꼴로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한해의 나라 살림인 예산이 이렇게 국회의원들의 불순한 의도로 찢어발겨지거나 뒤틀리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현행 헌법은 균형을 위해 정부에 편성권은 주되 예산 심의·의결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정도라면 토호 정치인들에 의한 민주주의의 타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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