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 철도산업 고사 위기… 바이코리아 조항 만들어야

로템, 생산 급감·가동중단 우려


중국은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철도 시장이자 생산국이다. 지멘스, 알스톰, 봄바디어 등 세계 주요 철도업체들의 자국 진출을 허용하면서 기술 이전, 합작사 설립 등을 의무화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철도 차량 운행량(5,000량)의 세 배에 가까운 1만4,000량에 달하는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쌓았고, 전 세계 철도 업체들을 위협하는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철도 업계에서 "이러다 죽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로템과 주요 협력사 대표들은 26일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량이 급감해 이대로라면 일부 생산 라인의 가동 중단이 우려된다"며 "국내 철도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12년 1조7,000억원에서 올해(1·3분기 누적 기준) 800억원으로 추락했다. 국내 시장도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해외 수주가 급감하면서 현대로템은 지난해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 3년 간 수주한 물량이 남아 있어 현재 공장 가동률이 103%에 달하지만, 지금 같은 수주 가뭄이 계속된다면 오는 2017년 12월의 공장 가동률은 21%에 불과할 전망이다.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전무)은 "원가 절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지만 혼자선 중국을 이기기 힘들다"며 "국가기간산업인 철도 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현대로템과 협력사 관계자들은 '바이 코리아(Buy Korea)' 조항을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지목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 등은 자국 내 철도차량 입찰에서 50% 이상의 국산화 비율을 의무화한 지 오래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을 기점으로 국내 공공기관의 철도 차량 발주는 모두 국제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멘스, 미쓰비시, 히타치, 봄바디어 등에 점점 국내 시장을 내주고 있다.

중고 철도차량의 해외 수출 허용, 노후차량 교체 연한 단축 등도 업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꼽혔다. 이밖에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은 동남아에 약 11조원 규모의 인프라 관련 대출을 제안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자국 철도 업계의 해외 진출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현대로템 노조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재관 전국금속노조 현대로템 지회장은 "각국이 철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철도산업에 종사하는 3만 여 근로자를 위해 관련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창원=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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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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