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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발표된 SK그룹의 승진자 명단에는 최태원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2년 7개월여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들에 대한 '의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에 이어 젊은 피가 사장단에 새로 유입되면서 세대교체의 기조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SK그룹은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철길(61)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영태(60)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의 부회장의 승진이다. SK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2년 만이며 특히 한꺼번에 2명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드물다.
SK텔레콤·SK㈜·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이번 인사는 최 회장이 지난 8월 특별 사면된 후 첫 인사다. SK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의리 경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려운 시기에 힘을 합쳐 그룹의 성장을 이끈 경영인들에게 최 회장이 재차 신뢰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로 SK그룹의 현 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가운데 세대교체의 흐름도 여전했다. 이날 이완재(56) SK E&S 전력사업부문장이 SKC 사장으로, 김형건(54)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이 SK종합화학 사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비즈이노베이션 본부장이 파격 발탁됐다. 송진화(44) 사장은 그룹 처음으로 1970년대 사장 기록을 세웠다.
전체 승진자 137명 중 40대 승진자의 비율도 59%로 지난해(48%)보다 높아졌다.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한 단일 계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하이닉스(총 19명)다. 7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익을 기록한 데 대한 보상이다.
이밖에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체제를 강화했다. 현재 6개 위원회·1개 특별위원회를 7개 위원회 체제로 바꾸고 기존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합쳐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 등 2개 위원회로 나눴다.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은 정철길 부회장이, ICT위원회는 임형규 현 ICT기술·성장특별위원장(부회장)이 맡는다. 두 분야를 공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계열사별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부문, 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에 '사업대표제'를 도입해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과창출과 독자적인 성장을 노린다. SK에너지는 해외 정유사들과의 협업 강화, 해외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글로벌사업개발실'을 신설했다.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의 신약사업부를 부문으로 강화, 신약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에너지&카(Energy&Car) 부문을 카 라이프(Car life) 부문과 에너지 마케팅 부문으로 나눠 사업 집중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