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여성 유엔 사무총장


얼마 전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유엔 송년모임. 반기문 사무총장이 자신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룬 영상물을 공개했다. 제목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법(How to be a Secretary General)'. 영상 속에서 반 총장의 하루는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쁘다. 양복을 입은 채 새벽1시 조금 넘어 잠든 그가 새벽3시57분에 '굿모닝'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허겁지겁 사무실로 출근하자마자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서류.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읽어보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 문 밑으로 결재서류가 들어온다. 수시로 잡히는 회의와 브리핑, 사진촬영과 면담으로 식사도 거르기 일쑤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미션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가 보다.

사무총장의 업무가 고되기 때문일까. 유엔 창설 이후 70년 동안 등장한 사무총장 8명은 모두 남성. 이들 중 6명은 재선에 성공해 10년간 유엔을 대표했다. 반 총장의 임기만료가 내년 말로 다가오면서 차기 총장 선출절차가 이번 주에 공식 시작됐다. 유엔이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 회원국에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다.

내년 3월 중순까지 추천을 받아 4월 청문회를 거쳐 7월께 최종 후보 한 명이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불고 있는 여풍(女風)의 영향인지 이번에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것도 동구권 출신으로. 유엔은 총장을 뽑을 때 서구·동구·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5개 권역의 지역 안배도 고려하는데 그간 동구권 총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서너 명의 동유럽 여성 인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불가리아 외교장관을 지낸 그는 유네스코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송년회에서 반 총장이 던진 "여성 총장은 어떤가요"라는 덕담이 현실로 나타날지 벌써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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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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