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가을 빛의 향연'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

깎아지른 병풍협곡 오색단풍 담은 용소 황홀경에 숨이 멎다

[관광1면] 삼척=2용소
제2용소에 다다르면 높이 20m의 폭포가 객을 맞는다.
[관광1면] 삼척=덕풍계곡
덕풍계곡 양옆의 바위와 냇물·단풍의 조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산악인들이 3대계곡으로 꼽히는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 중 한 곳을 빼고 이곳을 집어넣기도 하는 이유다.


차는 첩첩산중 굽이굽이를 돌아 들어가고 있었다. 먼 길이었다. 서울을 떠나 동해까지 세 시간이 걸렸는데 바다가 보이는 동해를 등지고 달린 지도 한 시간은 넘은 듯했다. 아직 계곡은 보이지도 않는 포장도로인데 벌써 단풍은 눈이 부셨다. 덕풍계곡의 단풍은 영동고속도로변에 물든 단풍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륙의 나뭇잎들은 끝 모를 가뭄으로 가을 물이 들기도 전에 말라 죽어가고 있었지만 계곡이 흐르고 있는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은 빨강과 노랑의 활엽 위에 검푸른 침엽이 어우러진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덕풍계곡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 아름다움에 비해 관광지로 개발됐다고 볼 수 없는 곳이다. 덕풍계곡으로 들어가기 전 산길 초입에 똑같은 입간판 지도 두 개가 서 있을 뿐 막상 산길로 들어가면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없을 정도다.

그래도 한여름 피서철에는 차가 막힐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지난 1980년대 초중반 산악인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난 까닭이다. 마을주민 이경일(53)씨는 "주차장에서 계곡 초입 마을까지 시멘트 도로 포장도 최근에야 완성됐다"고 말했다.

마을 오른쪽의 괭이골 초입에서 만난 이규동(63)씨도 "안내 푯말이 잘돼 있지 않아 길을 잃는 사람들이 간혹 나온다"며 "휴대폰도 안 터져서 어디다 물어볼 수도 없는 까닭에 울진 덕구온천에서 응봉산 정상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어 여기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정표야 어찌 됐건 계곡 양옆의 바위와 냇물·단풍의 조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산악인들이 3대계곡으로 꼽히는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 중 한 곳을 빼고 이곳을 집어넣기도 하는 이유다.

덕풍계곡 트레킹을 하려면 응봉산(999m) 북서쪽 아래 풍곡마을 입구에서 덕풍마을에 이르는 6㎞의 계곡길을 들어와야 한다. 이곳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어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따금씩 맞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치면 후진으로 움직여 비켜가야 할 각오는 해야 한다.

이 구간에는 버들치와 산천어 등이 살고 있어 계곡 전체가 보호수면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진입로가 끝나면 내삼방이라고 불리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은 경복궁 대들보로 사용한 삼척목을 생산해낸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드디어 등산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능선을 타고 응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대략 세 시간이 소요된다. 오른쪽 길은 용소골로, 계곡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입구에서 제1용소까지는 30분이 걸리는데 소(沼)의 깊이는 40m나 된다. 제1용소를 지나는 길은 오른쪽 암벽을 쪼아 만든 길인데 바위에 걸린 로프를 잡고 건너가야 한다. 바위로 난 좁은 길을 건너며 왼쪽 소를 내려다보면 수정처럼 맑던 물이 깊이가 깊어지면서 검푸른 빛으로 변해 오싹한 한기를 느낄 정도다.

제1용소에서 제2용소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코스 중간중간에 계곡 양쪽을 병풍처럼 둘러싼 흰색 암벽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며 그 위를 덮은 단풍과 침엽수림이 장관을 이룬다. 제2용소에 다다르면 높이 20m의 폭포가 객을 맞는다. 제3용소로 가는 길은 제2용소 옆으로 이어지는데 깎아지른 폭포 옆으로 로프가 드리워져 이곳에서도 줄을 잡고 폭포를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기자의 산행은 여기까지였다. 시간이 이미 오후4시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2용소에서 제3용소까지는 2시간 거리. 같은 코스로 내려온다고 해도 5시간 이상 걸려 일몰 전에 내려올 수 없었다.

이경일씨는 "제3용소까지 가는 구간은 반석지대가 3㎞ 이상 이어진다"며 "이 구간의 경치가 좋지만 마을에서 시작하면 왕복 8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늦은 산행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악인들 중에는 등산로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문지골이 용소골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며 "입구는 문지골이 쉬운 편이지만 들어갈수록 협곡이 좁아져 이 또한 만만찮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단체인 녹색연합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봉산은 골산에 산림이 울창한 만큼 남한에서 산양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산이 깊고 암벽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흐르고 있어 산양이 서식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제3용소를 지나 정상까지 가는 구간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고 한다. 3용소에 못 미쳐 왼쪽 능선으로 빠지면 응봉산 정상인데 이곳에서 6시간을 걸으면 울진의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까지 갈 수도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들도 이곳 지리에 밝지 않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면 마을 주민 이경일씨(033-572-7622)에게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삼척)=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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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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