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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차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구입을 고민하던 김모(31)씨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놓고 저울질하다 폭스바겐 티구안을 택했다. 티구안을 사기로 한 결정적인 요인은 다름아닌 가격. 김씨는 3,280만원에 티구안 오너가 됐다. 당초 티구안의 공식 판매가격은 3,860만원이었으나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 이후 600만원 가량 값이 내렸다. 김씨는 "동급의 국산 SUV에 비해 가격 차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국산차 상위 트림에 비해 싸니까 수입차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3,000만원대면 30대가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들이 늘면서 '수입차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 정가보다 싸게 파는 할인을 딜러마다 진행하는데다 일부 차량은 옵션을 줄여서라도 국내 판매가격을 낮춰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수입차 가격이 4,000만원 이상이지만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3,000만원대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엔트리급이 몰려있는 3,000만원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500여 차종 중 가격이 3,000만원대인 차는 33종으로 세부 모델로는 51개다.
이들 3,000만원대 수입차 중 판매 실적이 눈에 띄는 차종은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지난해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티구안은 올해도 10월까지 7,041대가 판매됐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외에도 파사트·골프·제타·비틀 등 가장 다양한 3,000만원대 차종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3,530만~3,970만원인 파사트도 올해 5,797대나 팔렸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도 3,000만원대 시장의 강자다. 미니 쿠퍼 D 5도어(3,940만원)를 1,750대를 판매한 것을 비롯해 3,000만원대 차를 올해 4,080대 가량 팔았다.
볼보의 엔트리 모델인 V40는 국내 소비자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년 대비 약 40% 늘어난 472대가 팔렸다.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과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CTA) 등 안전장치를 갖춘 V40의 판매 호조는 리터당 17.1㎞의 고연비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3,670만원)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크라이슬러의 SUV 브랜드인 지프가 지난 9월 출시한 올 뉴 지프 레니게이드도 반응이 뜨겁다. 다채로운 컬러 디자인과 3,000만원대 수입 SUV라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9~10월 두 달 간 336대가 팔렸다. 올 연말까지 올 뉴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는 3,280만원, 올 뉴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0 AWD는 3,790만원에 판매된다.
일본 브랜드들도 3,000만원대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와 격돌하고 있다. 공식 판매가격이 3,290만원인 닛산 알티마는 지난달 241대가 팔리는 등 올 10월까지 총 1,880대가 판매됐다. SUV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세단시장이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진하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캠리와 어코드를 앞세워 3,000만원대 중형 세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만원대 수입차도 10종 가까이 되는 등 2,000만~3,000만원대 엔트리급 모델이 늘고 있다"면서 "국산차와의 가격 차가 좁혀지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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