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일제 식민지 시절 겪은 고통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 참전해 죽은 뒤 현재까지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 당하고 있는 조선인 2만1,181명이다.
애니메이션 ‘환’은 한국인이지만 일본군의 가미카제(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하는 일본군 특공대)에 동원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에 아내와 딸이 있지만 일본군으로 강제 징집돼 자살 폭탄 비행기를 조종해 결국은 죽어야 하는 슬픈 운명을 지게 됐다. 이런 남자에게 일본군은 “조선인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으로 모셔지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며 “임무를 잘 마치고 야스쿠니로 오면 조선인의 꼬리표를 떼주겠다”고 말한다. 이는 그에게 죽어서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운명임을 알리는 잔인한 발언이다. 영상은 이후 남자 주인공의 아내와 딸이 세월이 흘러 할머니와 중년의 아주머니가 돼 슬픈 얼굴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야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지금까지도 야스쿠니 신사에서 고통받고 있을 조선인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야스쿠니 신사에 조선인 외에 대만인 2만7,656명도 함께 합사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조선인 중 현재 살아있는 한국인도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생존자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자신의 위패를 거두는 소송을 진행했으나 일본 재판소는 종교 시설의 일이라며 소송을 기각했다. 작가는 “우리는 그들을 야스쿠니라는 감옥에서 해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묵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한국작품상, 이탈리아 퓨처필름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