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노벨상에 가깝다

中 투유유, 전통의학 기초해 수상

사진-6-연구책임자 문명운

노벨상은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이다. 올해도 그런 취지에 걸맞은 사람들이 선정됐다. 특히 말라리아에 효과적인 약과 구충제를 개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노벨 생리의학상과 가난, 복지 및 성장에 대해서 연구한 노벨 경제학상이 주목을 끈다. 노벨 위원회는 중국 투유유 교수의 의학적 발견은 해마다 수억명이 고통받는 질병과 싸울 수 있는 막강한 수단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시계량경제학의 거두 앵거스 디턴은 개별 가구 조사를 수행하는 등 끈질긴 노력으로 인도·중국의 빈곤과 발전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혹자는 우리의 순수과학에 대한 역사가 20~30년밖에 안 돼 노벨상 수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보면 노벨상을 수상할 역량을 가졌던, 즉 백성의 복지에 공헌한 위인이 여럿 있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은 가뭄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다. 바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혼천의·물시계를 비롯해 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측우기 등이다. 특히 측우기의 경우 이탈리아의 비슷한 장치보다 무려 200년 가까이 앞선 기술이었다. 주목할 것은 중앙, 팔도 및 그 아래의 현에 이르기까지 측우기를 만들어 설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즉 기구 자체의 발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표준화된 기구를 이용한 전국적인 우량 관측 및 보고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우량을 분석·이해된 결과는 당시 중요한 산업인 농사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됐다.

중국 투 교수는 1972년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하기까지 190차례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투 교수의 연구는 고서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 과학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말라리아에 특효인 개똥쑥은 투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1600년 전의 고대 의학서 '주후비급방'뿐 아니라 현대에도 잘 알려진 이시진의 저서 '본초강목'과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다뤄지고 있다. 개똥쑥이 학질이나 허열에 좋고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것이다. 여기에 현대과학의 기법을 더해서 개똥쑥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각각 나눠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개똥쑥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결국 이는 말라리아 예방이라는 새로운 생리적 산업시장을 개척했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기대해보지만 노벨상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각자 입장에 따라 과학정책이나 과학자 처우, 혹은 우리의 짧은 기초과학 역사 등에서 문제점을 찾기도 하지만 10년 후에도 비슷한 핑계를 대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도 많다. 외국에서 주는 과학상을 꼭 받아야 하는가 하는 가치판단에 기반한 논의는 일단 제쳐놓더라도 '인류복지 공헌에 주어지는 상'에 근접하는 학자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 과학계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구 주제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미 알려진 내용을 좆아 추격형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미래 먹거리로 화두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사물인터넷·3D프린터·드론 등은 모두 소위 노벨상 단골 수상국에서 선점한 기술들이니 여기에서 우리가 원천 기술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만 가지고 있으면서 제일 잘하는 분야의 과학을 가지고 세계와 경쟁을 해야 독창적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을 위해 개발된 측우기를 넘어서 김치 발효 과학을 이용한 김치냉장고, 혹은 온돌에서 착안한 친환경 에너지 보존 장치, 한지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3D·4D 프린팅 기술 등, 우리가 가지는 문화·과학 유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면밀히 돌아보고 여기에 현대의 첨단 과학과 접목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독창적인 성과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명운 서울경제 객원기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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