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격랑의 자동차시장 현대차 해외기지를 가다] <3> 남미 거대시장 브라질

전략차종 'HB20' 대박… "브라질 공장 중 유일하게 풀가동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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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브라질법인 생산직 근로자가 26일(현지시간)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하나의 키트에 담아 생산효율을 높인 '원 키트(one kit)' 시스템을 이용해 현지 전략 차종 'HB20'을 생산하고 있다. /박재원기자

"이곳이 바로 브라질에서 유일하게 풀가동되는 공장입니다."

26일(현지시간) 초여름에 접어드는 브라질 특유의 후끈한 날씨 속에 상파울루 시내에서 약 167㎞를 달리자 드넓은 사탕수수밭 사이로 현대차 브라질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라시카바시에 위치한 현지 공장에서 기자를 맞이한 에우제니우 현대차 브라질법인 생산총괄 이사는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을 이처럼 소개했다.

공장에서 제품 양산을 시작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상파울루 주정부가 약속한 8.9㎞에 불과한 공장 주변 도로는 아직 '공사 중'이다.

사상 최대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에우제니우 세사리 이사가 '유일한' 공장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 공장에 건설되고 있는 주변 도로뿐만 아니라 브라질 곳곳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6,000여명을 해고하고 9,900명을 명예퇴직시킬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브라질 현지 자동차 산업 수요는 1년 새 100만대가 줄었다. 피아트, 제너럴모터스(GM) 등 브라질 시장을 대표하는 업체들은 조업단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브라질 현지 전략 차종으로 내놓은 'HB20'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현지 공장은 생산능력을 꽉꽉 채워 돌아가고 있었다. 현재 브라질 현지 자동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57%. 반면 현대차는 100%를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다. 지난해 판매한 'HB20'은 총 18만대.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과 같은 수치다. 세사리 이사는 "다른 브랜드가 매섭게 인력 감축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 공장은 3교대로 돌아갈 만큼 차량 생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포드·GM 등에서 32년간 자동차 생산을 담당했지만 이렇게 신나게 일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브라질 공장은 공장 설립 이후 단 한 대의 재고도 쌓지 않을 만큼 만드는 족족 판매됐다. 주문 후 수개월이 흘러야 차량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열기가 상당했다. 단일 차종으로 브라질 현지에서 총 33개 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출시 3년 만에 현지 언론이 선정한 '잔존가치상'을 받았다. 신차 열기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경기불황으로 중고차 판매가 20%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평가는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 7억달러(약 7,700억원)가 투입된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현대차가 전 세계 7번째로 만든 가장 작은 규모의 공장이다. 전체 약 139만㎡(약 42만평)의 부지에 크기는 작지만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등의 완성차 생산설비를 알차게 갖췄다.

특히 가장 최근에 완공된 공장답게 현대차 최초로 '의장공정'에 '원 키트(one kit) 공급방식'을 도입하는 등 최신 설비를 장착했다. '원 키트' 방식은 차량 한 대에 투입되는 모든 부품을 하나의 키트에 담아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상진 현대차 브라질 공장 차장은 "여러 가지 부품을 라인 옆에 쌓아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조립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도 줄여 앞으로 현대차가 신규로 건설하는 공장에 이 같은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 옆에 위치해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역시 품질 향상을 위해 현대모비스 최초로 '조립교육장'을 만들어 전 세계 공장에 수평 전개했다. 전 세계 어느 공장에서 일하더라도 똑같은 기술을 익혀 고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이달 전면부 디자인을 개선한 'HB20'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신차가 출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딜러점 사이에서는 역시 'HB20'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판매에 탄력이 붙었다. 젊은 소비자들과 전문직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높다. 카플레이 등 소형차에 탑재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첨가되면서 반응이 뜨겁다. 색상 또한 브라질 현지에서 택시의 상징으로 꼽히던 흰색을 과감히 택해 현재 판매량의 50% 이상이 흰색 차량일 정도로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오는 2017년 초 현대차가 선보이는 두 번째 브라질 현지 차종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을 계획이다. 'HB20'의 인기에 힘입어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HB20'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브라질 시장에서 6위에 머물러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유럽 차의 아성을 넘어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상파울루=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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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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