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 중 하나인 태평로와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조선호텔과 한국은행 등이 들어서 있는 소공로를 중심으로 한 도로망의 형성과 변화상을 살펴보면서 대한제국기의 도시 공간 변천사와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까요.”
20일 늦은 7시, 도봉도서관 시청각실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박희용(사진) 박사(서울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고인돌 강좌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 서울 건축문화사’ 에 참가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박 수석은 대한제국기 10여년간 도심의 변화가 현재 서울의 도시공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는 “정동을 중심으로 빠르게 추진된 근대화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세계문화의 흐름 속에서 부국강병의 근대국가를 실현하려 했던 중요한 역사적 장소로서 의미가 깊어요. 그러나 근대화 추진의 성과는 일본제국에 의한 강제합병으로 도시공간을 지배하는 권력의 주체가 바뀌게 되지요. 결국 고종이 구상했던 애초의 의미와는 다른 식민권력의 의도가 중첩된 공간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었죠.”
그는 지금 조선호텔에 위치하고 있는 원구단의 기능과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나갔다.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원구단은 중국 고대로부터 유래해 삼국유사에도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황제의 나라가 아닌 탓에 조선시대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단을 남단이라고 하고 조선 건립 초기에는 매년 왕이 참석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했어요. 이후 대한제국기에는 고종 황제의 즉위식 장소로 환구단을 조성했지만 이후 헐리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지요.”
소공동과 정동의 유래를 비롯해 원구단의 크기 등 사료를 근거로 하나씩 검증해 나가면서 수강생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서울 도심의 조성과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한양도성의 건설과 조선의 상징공간, 종묘와 사직, 2강.구본신참과 고종의 공간정치 3강. 태종과 박자청, 세계문화유산을 만들다-창덕궁 이해, 4강. 한양에서 태어난 조선 최초의 임금님 세종, 5강. 답사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