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회사의 협력(납품)업체 사냥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합병(M&A)으로 한번에 노하우를 빼가거나 자신들의 협력 파트너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관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국내 전문인력 스카웃뿐 아니라 협력사 지분 확보에까지 나서면서 국내 전자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최근 드라이버 구동칩을 설계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 A사에 지분투자를 제의했다가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납품을 받는 쪽으로 최종 정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OE는 A사 말고도 다른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금융투자(IB)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도 "중국 전자업체들이 공격적 투자와 M&A에 나서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요 협력사를 인수하거나 협력 파트너로 끌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몇 개 업체를 두고 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화롄그룹은 후아캐피털매니지먼트와 함께 미국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최종적으로 페어차일드를 사들일 경우 경기 부천에 있는 공장이 화롄 측에 넘어가게 된다. 이 공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로 활용되는 전력반도체 등을 만든다. 앞서 칭화유니그룹은 SK하이닉스에 지분투자를 제의했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국내외 500여개, SK하이닉스는 1,500여개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도 500여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주요 협력사가 중국 업체에 인수되거나 지분 비중이 커진다면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자산업 생태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필·서일범·이종혁기자 2juzs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