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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아시아 국가의 부채 위험이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의 지적이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만큼 가계와 기업의 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딩딩 IMF 아태국 선임연구원은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은행·IMF 공동 주최로 열린 '아시아의 레버리지: 과거로부터의 교훈, 새로운 리스크 및 대응 과제' 컨퍼런스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 위험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해 미국과 유럽에 비해 위험성이 더 크다"며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용규모 축소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가계대출은 대체로 경기 순환 및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것이어서 가계의 대차대조표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대출에 관련해서는 "총액 기준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어도 중국·일본·인도, 그리고 한국에서는 소수의 회사에 대출이 집중돼 있다"며 "이들 회사는 유동성·수익성이 낮아 향후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도 개회사를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부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금융완화의 정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국제금융여건이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경제주체와 정책당국은 레버리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정책당국은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을 활용해 레버리지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며 "비효율적인 기업이 존속하면서 레버리지만 상승시키는 일이 없도록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자본이동의 확대 등으로 국가 간 금융 연계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만약 한 나라가 과도한 레버리지로 금융불안에 빠지게 된다면 그 불안이 다른 나라로 전이될 위험이 높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주 차관은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외환 자본유출에 대응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조정할 그런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란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는 선물환포지션규제, 거시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의 제도를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가 하락에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차관은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여당 측이 내놓은 채권투자 과세 완화 방안을 두고서는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