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했으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유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올 들어 10월까지 전세계적으로 12.8%나 감소했다. 한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1월~10월 원유 관련 제품의 무역 감소액이 863억 달러로 전체 무역액 감소분(1,093억 달러)의 79%를 차지했다. 무역 감소 원인의 8할이 유가 하락에 따른 매매가격 동반 하락 때문인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수출 기업들이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수출 6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세계 주요 70개국의 수출 증가율은 -11%로 급감했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1.9%와 6.0% 감소했으며 우리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도 9.2%나 감소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각각 11.9%와 13.8% 줄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6.6%가 줄어들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1%에서 올해 상반기 3.29%로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이런 추세라면 네덜란드를 제치고 수출 5강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품목 저변이 확대되고 중소·중견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10대 주력 품목의 수출비중이 지난해 35.1%에서 올해는 34.4%로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새로운 효자 품목들이 약진하고 있다. 특히 뷰티, 푸드, 문화콘텐츠 등 이른바 'K3' 품목이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 차별화, 한류 활용 마케팅 등으로 세계인의 취향을 사로잡으면서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츠의 경우 수출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15.7% 증가했으며 올해도 58억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년대비 8% 증가가 예상된다. 신재생 에너지, 항공, 로봇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수출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올들어 10월까지 탄소섬유와 의약품의 수출 증가율인 각각 45.3%와 32.3% 늘었다.
올해 부진한 수출 성적을 거뒀지만 내년에는 다시 1조 달러대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가 돼, 한국 수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극수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최근 통상 환경이 양자 FTA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메가 FTA로 전환되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아태지역 통상질서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기민하게 대응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