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차총궐기 현장취재]서울시민이 한 뜻으로 지켜낸 ‘평화시위’

지난달 14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벌어졌던 폭력 시위는 2차 범국민대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집회 참여 단체에서 평화시위를 약속했던 만큼 시민들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무리한 시위 방법을 쓰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일반 시민들과 정부에 호소했다.

■ “복면을 쓴다고 폭력시위로 변질되진 않아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복면을 쓰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에 참가한 이들을 향해 국제 테러단체 ‘IS’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는 복면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복면이 폭력시위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부각됐다. 이에 대해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복면을 쓰고 나타나 반론을 제기했다. 시위에 참여한 김 모(31) 씨는 “복면을 쓴다고 시위 참여자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정부의 미성숙한 발상에 ‘대단히 성숙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오늘 참여하고 나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복면을 쓴 한 시위 참가자가 선뜻 촬영 주문에 응해줬다.<BR><BR>복면을 쓴 한 시위 참가자가 선뜻 촬영 주문에 응해줬다.



■ “구호로만은 부족해요” 탈출·퍼포먼스까지

민주노총이 주도한 제2차 국민총궐기대회가 한창이던 5일 오후 4시, 한 무리의 학생들이 흰 한삼(탈춤을 출 때 팔에 끼는 긴 천)을 끼고 시청 광장 한 편에 나타났다. 이들은 흥겨운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탈춤을 추면서 국정화 교과서 반대와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덕성여대 등 총 100여명의 대학생들이 탈춤 퍼포먼스에 참가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민재(32) 씨는 “우리는 광장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어 거리에 나왔다”며 “탈춤을 추면서 일반 시민들의 이목을 끌어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직접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탈춤 퍼포먼스에 참가한 구선화(23·여) 씨는 “지난번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크게 다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곳 광장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는 초록색 바람개비로 시위를 벌인 단체도 있었다. 바람개비 퍼포먼스에 참가한 이화여대 이해지(22·여) 씨는 “헌법에 보장돼있는 시위를 막은 경찰에게 우리도 평화적으로 시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바람개비를 들고 나왔다”고 말하면서 바람개비가 우리들의 염원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바람개비를 들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탈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BR><BR>대학생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탈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바람개비를 든 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BR><BR><span class=''><div style='text-align: center;max-width: 336px;margin: 0 auto;'><div id='div-gpt-ad-1566459419837-0'><script>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566459419837-0'); });</script></div></div></span><br>바람개비를 든 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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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뜻으로 평화 시위를 염원했던 시위 밖 시민들

집회가 벌어졌던 서울광장 외곽에는 따뜻한 코코아를 약간의 후원금을 받고 나눠주던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자고 뭉친 청년단체 ‘노른자’였다. 이 단체는 학교 밖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을 벌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노른자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도(16·별칭) 씨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변화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우리가 드리는 따뜻한 코코아를 드시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묵묵히 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 김모(59) 씨는 “오늘은 제발 충돌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서로가 조금만 양보하면 그럴 일이 없는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시위 밖 시민들은 지난 14일의 폭력 사태가 다시 한 번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한뜻으로 평화 시위를 기도했다.

청년단체 ‘노른자’의 코코아 노점.<BR><BR>청년단체 ‘노른자’의 코코아 노점.



■ 종교계도 염원했던 평화시위

서울광장에서 벌어졌던 본집회전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광화문 서울파이낸스 센터 앞에서는 5개 종교 단체가 모여 ‘위헌적 차벽 설치 반대와 안전한 집회 및 행진 보장’을 위한 호소문 발표 및 기도하는 평화의 꽃길 기도회가 열렸다. 5개 종교 단체는 미리 준비한 호소문을 낭독하고 원불교부터 각 종교의 방식대로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행사에 참가한 300여명의 종교인과 종교계 관련 시민들은 함께 평화 시위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폭력시위가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 사회를 맡은 정웅기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대변인은 “종교인들이 함께 기도한 만큼 앞으로 지난 14일과 같은 폭력시위와 과잉 진압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시위 주체 모두 평화 시위를 위한 움직임에 같이 발맞추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phillies@sed.co.kr

불교단체 회원들이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갖고 있다.<BR><BR>불교단체 회원들이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갖고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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