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산책] 초인득궁과 한중일 역사전쟁

호시탐탐 역사분쟁 노리는 中·日… 우리 사학계 총력대응 해야할 때


'초인득궁(楚人得弓)'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활을 잃었는데 좌우 신하들이 활을 찾겠다고 청하자 "초나라 왕인 내가 활을 잃었지만 결국 초나라 사람이 이를 얻을 것이니 어찌 찾으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이는 초왕이 '초나라 사람'인 자신이 활을 분실했지만 결국 자기 백성인 '초나라 사람'이 활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해 왕과 신하·백성을 하나로 인식한 초왕의 평등주의를 칭송한 문구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자못 아쉬워하면서 '초인득궁'에서 '초'자를 떼어내 '인득궁'이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초나라라는 제한을 없애면 왕이 잃어버린 활을 초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나라 사람이 얻을 것이라며 한 국가의 한계를 뛰어넘어 만인 평등과 국가 간 갈등의 극복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이 이야기를 다시 들은 노자가 공자의 논의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인'자도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첫 번째 '초나라 사람'이 활을 얻는 차원의 패도(覇道) 인식에서 두 번째 '모든 사람'이 활을 얻는 인도(人道) 단계를 넘어 마지막으로 득궁(得弓), 즉 활을 '자연'에 돌려줘 천하 자연을 아우르는 천도(天道) 관점으로 해석했다. 이는 사람이 활을 찾아 다시 동물을 사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중심주의적 해석을 넘어 활이 사람이 아닌 자연에 돌아가 자연을 해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만물-우주론적 해석을 펼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중국 대학입시에서 이 고사가 문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학생들에게 초인득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입장을 이해하고 각각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는 사고를 키우려는 중국 교육당국의 의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이 같은 중국의 교육 지향점과 비교되며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2,500여년 전의 고사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려는 교육방식이 작금 '역사 전쟁'이라 칭한 우리의 국정교과서 논란과 대비되고 있어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1945년 패전 후 축소된 자신들의 영토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동북아시아에서 끊임없이 한국·중국·러시아와 영토 갈등과 역사 분쟁을 일으켜왔다. 특히 최근에는 우경화 기치 아래 아베 신조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우리나라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역사교과서 및 위안부 문제 왜곡으로 한일 간 역사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2년 이래 동북공정을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한중 역사 전쟁을 시작했다. 더욱이 고구려 및 발해의 역사적 영유권을 갑자기 주장하는 등 남북 통일 이후 또는 북한의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한반도 전략을 중국 국가전략 차원에서 짜고 있다.

이 같은 일본·중국과의 역사 전쟁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사안이다. 이를 감당할 역사학자 양성과 역량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 그리고 일본·중국과의 역사 전쟁이 본격화되는 급박한 시점에 안타깝게도 우리의 국정화 논란은 적전 분열과 같은 반역사적 상황이다.

일본·중국과의 역사 전쟁 최일선에 있는 역사학자에게 이념의 굴레를 씌우려는 발언과 행동이 더 이상 진행돼서는 안 된다. 역사적 진실은 교조적 진실이 아닌 논쟁적 진실이다. 역사는 해석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이 중요한 학문이다. 초인득궁 고사 해석에서 보듯 우리는 현시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는 학문적 풍토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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