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새해의 기도


새해의 기도-이성선 作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서두르다가 숨이 차서 멈추기 일쑤였지요. 흐린 눈동자 때문인 줄도 모르고 당신 가슴속 맑은 우물 긷지 못했지요. 비, 바람, 태양 없이도 나 홀로 꽃 피우는 줄 아는 우쭐한 나무였지요. 익숙한 덤불로만 숨는 낡은 몸짓의 새였지요. 고독이 두려워 시끄러웠고, 어둠이 싫어 부싯돌처럼 부딪치다 멍이 들었죠. 첫사랑 같은 첫해들 한 뭇 보내고 나서 기도합니다. 천천히 오래, 맑고 깊게, 감사하며 새롭기를, 찬란한 별보다 고독한 배후가 되어 가장 미약한 불빛조차 빛내어주기를, 가장 낮아서 온통 우러를 하늘뿐이기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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