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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관광 대국' 구호만 말고 통계·인프라 투자 늘려야

최근 일본 관광 업계 사람을 만났다가 곤란한 경험을 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많은데 일본에서의 대우는 안 좋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상대방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었다. 일본에 한국인이 그렇게 많이 오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통계수치를 보여주니 그가 일단 수긍하기는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5만9,800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한 수치다. 요즘 급증하는 중국인관광객(유커) 때문에 국가별 2위로 밀리기는 했지만 지난 2014년까지는 부동의 1위였다. 11월 방일 유커는 36만3,000명으로 무려 75%가 증가했다. 3위는 대만(29만6,500명·25.4% 증가)이었다.

'이 사람들이 한국을 무시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통계를 정리하다가 이해할 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역시 JNTO에서 집계한 외국인 숙박 현황이다. 10인 이상 숙박 업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1월 한국인의 숙박 일수는 63만9,000일이다. 반면 중국인은 120만7,830일로 한국의 두 배다. 대만(83만3,760일)도 한국을 앞질렀다.

방문자 수와 숙박 일수가 다른 것이다. 즉 한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단기여행자가 많다. 같은 숫자가 방문을 해도 한국인의 지출이 적을 것임은 분명하다. 11월 전체 방일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 입국자의 비율은 21.8%지만 숙박 일수는 12.3%에 불과하다. 일본 관광 업계에서 한국인에 대한 체감도가 낮아지는 셈이다.

일본 얘기를 길게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인프라와 통계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기관에는 이러한 숙박 업소 집계가 없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50만7,579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44.1%다. 방일 유커보다 방한 유커가 더 많다. 다만 이는 공항 등 우리 입출국장이 붐볐다는 이야기고 실제 이들이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숙박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예산이 들고 정부부처·업계 간 이해관계를 맞춰야 한다. 납세자 속성상 업계에서 자료 제출에 순순히 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학교 앞 호텔'을 가능하게 한 지난해 관광진흥법 개정 논란의 와중에 최대 쟁점은 호텔이 정말 더 필요하냐는 의문이었다. 관광 업무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커의 수요가 많은 중저가의 '관광호텔'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나 민박 등 다른 숙박 업소를 따지면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도 강했다. 관광호텔은 문체부가, 다른 일반 숙박시설은 보건복지부가 각각 관리하고 있는데 서로 통합된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의 관광 시스템이 그렇게 견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관광 대국' 등 감정적 구호가 아닌 관광 산업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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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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