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PTV·지상파 공세에… 흔들리는 케이블TV 20년 카르텔

씨앤앰, MBC와 홀로 VOD협상

각 케이블사도 단독행동 움직임

PP협의회도 케이블서 독립 추진

20년 간 유지돼 온 '케이블TV 카르텔'이 서서히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케이블사의 인수합병(M&A) 문제와 성장 중인 IPTV의 견제로 케이블업계의 협상력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 빈틈을 지상파방송사들이 파고들어 각종 협상 테이블에서 초강수를 두는 모습이다.

7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대형 MSO(복수케이블방송사)들은 MBC와 VOD(주문형비디오)협상을 각자 따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케이블TV VOD가 각 케이블사의 의견을 종합 반영해 VOD 협상과 수급을 대행했다. 하지만 씨앤앰은 지난 31일 MBC와 단독으로 VOD 계약을 체결해 케이블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나머지 케이블사들은 지난 1일부터 MBC의 VOD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사가 지상파와 협상 중 단독행동을 한 건 케이블 역사상 최초 사례로 꼽힌다. 10여 년 이상 케이블업계서 일한 한 관계자는 "가장 민감한 이슈인 지상파와 가격협상과 관련해 대형 케이블업체가 업계의 목소리를 이탈한 것은 첫 사례라 많은 케이블사들이 당황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사들 의견만 모아지면 씨앤앰을 케이블TV VOD 플랫폼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앤앰은 지상파와 케이블TV VOD 두 곳에서 VOD를 수급하고 있다.

씨앤앰이 단독행동을 한 것은 케이블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씨앤앰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으며 현재도 공개 매물이다. 이번 MBC와 단독 협상도 사모펀드의 입김이 상당 부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케이블TV협회 내 있는 PP협의회도 올 3월 내 '완전 독립'을 처음으로 추진한다. 독립을 이루려면 케이블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동근 PP협의회장은 "최근 대형 MSO 몇군데서 PP협회 독립에 대해 공감을 해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케이블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SK텔레콤 입장에선 국내 최대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가 케이블TV에 묶여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지상파의 분열 전략과 IPTV의 큰 성장이 케이블 카르텔 와해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평가다. 지상파는 케이블이 뭉쳐 있는 것보다 잘게 쪼개져 있는 것이 케이블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IPTV 사업자들도 케이블보다 유리한 계약으로 지상파와 선제적으로 협상하며 케이블업계를 고립시키고 있다. 지난 해 10월 KT는 지상파와 VOD를 가입자당재송신료(CPS)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CPS 인상률 한도는 10%로 케이블(15%)보다 더 좋은 조건이다. 이후 차례로 IPTV사들이 지상파 요구를 들어주며 케이블 업계도 지상파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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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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