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년 유행과 흐름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새해를 관통할 10개의 열쇳말 중에서 고령화 시대와 연관된 '미래형 자급자족'과 '취향 공동체'에 주목했다.
미래형 자급자족이란 도시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은퇴 이후에 살고 싶은 지역을 꼽을 때 많은 남성은 전원생활을 꿈꾸고 상당수 여성은 도시생활을 원한다. 미래형 자급자족은 욕구의 충돌 속에서 기막힌 절충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취향 공동체라는 개념이다. 요새는 대세를 따르기보다 스스로의 생활습관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에서도 고객을 나이·지역 등 물리적으로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면서 획일적인 제품이 아니라 특정 소비층을 위한 족집게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근본부터 바꿀 변화로 판단된다.
취향 공동체의 개념은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살펴보면 자산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연금의 자금이전을 허용해주고 대표상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취향공동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사실 그동안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로 운용방식의 다양성이 허용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자산관리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성향을 지닌 투자자가 원리금 보장형과 채권혼합형 상품 중심으로만 운용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연금자산 수익률 제고 방안으로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운용방식을 채택할 수 있게 됐다.
또 개인의 경제상황, 투자성향, 나이를 고려한 대표상품 제도도 운용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해줄 것이다. 이제는 안정 성향의 운용방식에서 벗어나 비슷한 투자성향을 지닌 취향공동체가 나타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투자자의 운용방식을 공유하고 본받는 것이 연금자산 운용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금융회사도 고객의 성향에 적합한 투자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안정추구형 투자자에게 위험한 상품을 권유하는 불완전판매 행위뿐 아니라 위험추구형 고객에게 안정형 상품만을 제시하는 것 역시 문제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