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거리 단박에 뛰면서도 몸에 특별한 부상 입지도 않아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현대인, 성인병 원인은 질주 본능 상실 때문?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과학적 증거 통해 제시도
문명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고립시켰다. 현대인은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심지어도 이동중에도 콘크리트벽이나 철 껍데기속에 갇혀 지낸다. 하지만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밀림에서 뛰쳐나온 이래 대평원에서 산악지대에서 수백만년간 인류는 야수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짝짓기를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삶의 양식은 수백년이 채 안된다. 어쩌면 현대인의 암,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각종 근심은 인간 유전자에 내재된 이 질주 본능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멕시코 역사학자 프란시스코 알마다에 따르면 멕시코 치와와 주의 험준한 협곡에 숨어 사는 타라우마라족 중 일부는 한 번에 480㎞를 달린다. 마라톤 풀 코스를 열두 번 왔다갔다하는 셈이다. 이들 부족은 나이, 성별에 상관 없이 달린다. 달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뛰게 되면 두 발에 쏠리는 중력이 커진다. 그것도 이 엄청난 거리를 단박에 달리면. 하지만 이들은 특별히 몸에 부상을 입지도 않는다.
'본투런'은 유독 달리기에 약한 저자가 달리고 싶은 욕구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고민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타라우마족과 함께한 달리기 경험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진화인류학 등의 연구자들이 내놓은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인간이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걸을 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고, 직립해서 뛰기 시작한 호모 에렉투스때부터 빨리 움직일때 머리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목덜미 인대가 해부학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점 등. 달리기가 인간의 본능이라는 이론적 증거는 많다.
종군 기자로 전장을 누볐고, '맨즈 헬스'와 '에스콰이어'의 칼럼니스트로 격렬한 스포츠를 직접 경험한 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신체적 능력이 다른 이들과 비교할 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킬로미터 달리지 않아 발바닥, 아킬레스건, 햄스트링 등이 문제를 일으키는 등 달리기에는 부적합한 신체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달리고 싶어 많은 전문가들을 찾아갔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달리는 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거란 얘기만 듣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잡지사로부터 타라우마라족을 찾으라는 의뢰를 받는다. 저자는 미국의 생리학자 데일 그룸이 " 2,800년전 스파르타인 이후 이런 수준의 육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고 말한 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멕시코의 험준한 협곡을 찾는다.
저자가 타라우마라족을 만나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들뿐 아니라 책에는 실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울트라러너 스콧 주렉, 빌리 바넷, 루이스 에스코바를 비롯해 울트라러닝의 유명인들이 타라우마라족의 뛰어난 주자들과 벌인 경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지난 2006년 3월 타라우마라족의 안방에서 벌어진 이 경주에 저자도 직접 참여해 질주 본능을 누구나 되살릴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울트라러너들과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주자들로 알려진 타라우마족의 경기를 생중계로 전하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경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질주 본능을 깨우며 달리기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담은 '본투런'은 아마존이 뽑은 '살아 있는 동안 읽어야 할 책 100권', '이코노믹 타임스'가 뽑은 '무조건 읽어야 할 책 20권'에 선정됐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