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업자의 도전과 경영권-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


지난해 말 화려한 특수효과 하나 없이 탄탄한 스토리만으로 박스오피스 차트에서 상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인턴'이다.

이 영화는 30대 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70대에 재취업한 시니어 인턴사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 여주인공 줄스 오스틴의 CEO로서의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결혼과 출산 후 1인 기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CEO다. 하지만 사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점에 주주들이 그녀의 경영전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직을 넘길 것을 강요당한다. 그녀는 창업시 투자 받을 때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길 줄 알았을까? 대답은 노(no)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아이디어로 기업을 성장시켰는데 한순간에 경영권을 빼앗기고 본인의 경영철학도 묵살 당한다면 어느 누가 투자를 받아 창업하거나 상장을 할까.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선진국의 경영권 방어제도가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당초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했지만 결국 경영자에 대해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 증시를 선택했다. 보유주식 1주당 10~100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상장을 통해 250억달러의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고 지분율이 7%에 불과한 마윈 회장은 지분이 많은 소프트뱅크(34%), 야후(22%)를 제치고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벤처창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지분율이 아니라 영화 인턴의 줄스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처럼 새로운 사업을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자금 조달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경영권이다. 하지만 외부 투자유치를 받으면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에 '신사업 개발→투자 유치→사업 확대→신사업 개발'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는데도 외부 투자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분명 차등의결권 주식과 같은 경영권 방어제도에도 무능한 경영진의 고착화 등의 단점은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도입을 금지한다면 제도가 갖는 장점들도 얻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도입을 준비한다면 우리 기업의 생태계 활성화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을 한국 증시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기업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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