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리과정 예산편성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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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극한 대립으로 보육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거주 인구가 많은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거나 일부 편성하더라도 야당 우위의 시도 의회가 이를 전액 삭감하면서 당장 이달 중순부터 학부모가 유치원 보육료를 직접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의 순세계잉여금(전년도 세입·세출 결산상 생긴 잉여금)·인건비 등 세부 내역을 조목조목 집어내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서울·경기 교육청 등은 교육부가 지출 근거도 없는 예산 편성 항목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하도록 강요한다고 반박하는 등 여전히 갈등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파행의 해법에 대한 양측 주장을 싣는다.

재원 아닌 '의지부족'… 법적 의무 이행을

승융배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

● 서울 4,880억·경기 5,688억 활용 가능

● 대통령 공약 핑계로 학부모 불안만 가중시켜

● 선택 아닌 책무…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해야


요즘 3~5세 유아가 있는 가정의 최대 관심사를 꼽으라면 아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원비·보육료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지금까지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관련 추경 편성 현황을 보면 대구·대전·울산·경북·충남·세종의 경우 추경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기로 했고 전남도 국고예비비와 자체 재원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겠다는 추경예산 편성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교육청은 어린이집의 교육기관으로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중앙정부에 국고를 요구하는 등 추경 예산 편성을 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계획 자체를 제출하지 않아 해당 지역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예산 편성을 거부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지방교육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11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서울·경기·광주·전남·세종·강원·전북 등 7개 시도 교육청의 2016년도 본예산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예산 분석은 연말 연초 시도 교육청 예산 담당자들과의 면담 등으로 이뤄졌으며 준예산 체제인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청의 지방의회 제출안을 토대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올해 교부금 및 지방세 증가 등으로 시도 교육청의 재정 여건은 상당 부분 호전될 것으로 보이며 추가적인 세입 재원 및 세출항목 조정으로 충분히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의결한 국고 목적예비비 3,000억원과 지방세 추가 전입금, 그리고 순세계잉여금 등의 추가 수입을 활용하고 인건비·시설비 등 세출항목 조정을 병행한다면 예산 편성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별로 활용 가능한 재원은 서울의 경우 4,880억원, 광주 963억원, 세종 318억원, 강원 1,119억원, 전북 946억원, 전남은 224억원에 달한다. 또 준예산 체제인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5,688억원이 활용 가능한 재원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에 2016년도 교부금 교부 시 학생 수 비중 강화, 교원 정원 배정방식 개선 등으로 약 1,500억원을 증액 지원했으며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 등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인력 및 재정 운용 효율화만 뒷받침된다면 다른 6개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분석 결과를 놓고 볼 때 시도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지방교육재정이 어려워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교육청은 세입을 과소하게 계상한 반면 세출은 과다하게 계상한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재원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편성 여력이 충분함에도 대통령 공약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불안만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육감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학부모와 국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 받을 권리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시도 교육감은 반드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이 조기에 편성돼 보육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아기는 생애 초기의 발달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계이며 이 시기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 받을 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이들이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공정한 교육·보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출발선의 평등을 보장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감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령에 따른 교육감의 법적 의무이자 책무에 해당한다. 이를 이행하는 것이 곧 시도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 해야 할 교육적인 행동이다.

잘못된 세수 추계, 교육청 빚더미 내몰아

한만중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

●경기도 부채비율 이미 50% 넘어

●교부금 증가세론 인건비 감당도 벅찬 수준

●내국세 교부율 2%P 상향 등 정부 대책 마련을


2016년 새해 벽두부터 누리과정 문제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보편적 공보육 실현을 취지로 지난 2012년부터 실시된 누리과정이 해마다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어떤 연유인가. 정부와 교육청, 여야 정치권 누구나 누리과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누리과정은 축복 속에 추진되지 못하고 '매년 재원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누리과정은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실시하다가 2013년 만3∼4세로 확대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보육 실시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확대 실시에 따른 재원을 내국세 증가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측한 2015년 교부금은 정부 예측 수준보다 무려 10조원이 모자라는 39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지난해 누리과정의 재원과 재정 결손액을 충당하기 위해 교육청은 6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게 된 것이다.

올해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예산이 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새로 추가된 누리과정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2012년에 비해 4조원 이상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교부금은 2012년 39조2,000억원에서 올해 현재 41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매년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액수이고 결국 교육청은 다른 교육사업비와 시설비를 줄이고 그마저도 부족한 것을 지방채를 통해 조달해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누리과정 실시가 초중등 교육의 부실화와 지방재정의 악화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리과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함께 법률 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말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이 없는 교육감들이 재정 부담만을 져야 하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부금 용도를 교육기관에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는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2012년부터 제기된 법률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현재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2012년과 마찬가지로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한다. 누리과정에 필요한 4조원을 교육청이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국세 교부율을 2% 포인트 이상 상향조정하는 법 개정이 당연히 이뤄졌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직무유기를 범한 것이다.

잘못된 세수 추계에서 비롯된 누리과정은 결과적으로 교육청을 빚더미에 나앉게 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청에 하달한 올해 예정 교부에는 지방채 상환을 위한 예산이 2015년에 비해 4,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학교 신설·증설과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4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다른 교육청들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서 비롯된 보육 대란을 해결하고 추진하고 있는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을 완수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임시 국회에 누리과정과 관련해 1조8,000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제출해 이미 시작된 보육 대란을 멈춰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는 교부율 인상과 특별교부금 비율 축소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유아교육법 등의 법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보 통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올바른 유보 통합을 위해 교육기관과 보육기관으로 이원화된 현행 시스템에 대한 정비나 재원 대책도 없이 추진한 누리과정의 오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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