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신임 대만 총통 차이잉원 ‘쯔위 사건’ 직접 언급

“국민이 국기 흔드는 것은 억압할 수 없는 권리”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차이잉원 대만 민진당 주석은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이 날 9시30분(현지시간) 현재 개표가 90% 이상 이뤄진 가운데 차이 후보는 689만992표로 56.2%를 득표하며 1위를 굳혔다.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는 381만50표로 31%, 친민당의 쑹추위 후보는 157만 5,330표로 12.8%를 차지했다. 차이 후보와 주 후보의 득표율이 25% 이상 차이가 나며 주 후보는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한 후 국민당 주석직 사의를 표명했다. 총선에서도 민진당은 압승을 거뒀다. 총 113석의 입법원 선거의 지역구 의석 79석중 민진당은 50석, 국민당은 24석으로 민진당이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차이 후보는 당선이 확정 된 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국민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민주주의 정신으로 선거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진당에 다시 한번 국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책임을 맡겨줘 감사하다”며 “대만이 일류국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이 후보는 당선 기자회견 마지막에 최근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쯔위’ 사건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16살의 여학생 아이돌이 (대만)국기를 흔들다가 억압을 받은 사건은 대만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며 “이 사건을 저는 영원히 국가(대만)를 단결시키고 강화시키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차이 후보는 이어 ”한 국가의 국민이 자신의 나라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쯔위‘ 사건은 다국적 걸그룹인 트와이스의 멤버인 대만국적의 ’쯔위‘가 지난해 11월 MBC의 방송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에 나와 대만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매체들과 네티즌들이 문제를 삼으며 불거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당시 쯔위가 대만 독립지지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 원칙을 훼손시키려는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아예 한국을 직접 겨냥해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중국경제의 과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대만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주권, 영토문제를 존중해주고 중국 네티즌의 인내심에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 했다. 사건이 커지자 15일 쯔위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사과를 하고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사장이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쯔위는 사과 영상에서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상처 받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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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종 방송, 연계 프로그램 보이콧으로 압박을 가하는 중국을 달래려고 했던 쯔위의 사과는 대만인들의 분노를 사며 이 날 총통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만의 CTI의 중톈신원은 “쯔위의 사과에 분노한 대만 젊은 층이 투표에 참여하며 표 차이를 벌렸다”고 지적했다. 대만 총통 후보들도 직접적인 반응을 했다. 차이 후보는 이 날 투표 뒤 ’쯔위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며 “쯔위는 강압적으로 마음과 다른 일(사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리룬 국민당 후보도 “매우 가슴 아프다. 나는 쯔위를 성원하며 대만의 민주자유를 자부심으로 삼아 국기를 흔드는 친구들과 영원히 같은 편에 서겠다”라고 말했다. 대만 매체들은 쯔위 사건을 ’국기 폭풍 사건‘이라며 이번 총통 선거에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도했고 주요 외신들도 쯔위 사건을 다뤘다.

한편 차이 후보는 마잉주 총통과 인수 인계 절차를 거쳐 오는 5월 20일 정식 제14대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타이베이=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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