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안관계보다 경제 택한 대만 선거 남의 일 아니다

대만 총통선거가 차이잉원 민주진보당 주석의 압승으로 끝났다. 첫 여성 총통 탄생, 8년 만의 정권교체 등 대만 내부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모양이다.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먹고사는 게 팍팍해지면 유권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심판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국과의 양안 정책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지만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경제 문제였다.

마잉주 정부는 양안관계에서는 유권자들의 점수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친중국 정책으로 양안관계가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이 지난 8년간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안보보다 경제를 최종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안보불안을 누그러뜨린 공(功)보다는 경제실정이라는 과(過)가 훨씬 크다고 본 셈이다. 국민당 집권 내내 대만 경제가 뒷걸음질쳤으니 그럴 만하다.

대만인들은 지속적인 친중 정책에도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한 채 10년째 실질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산업 공동화는 심해지고 내수경기 침체에다 청년실업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민생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성장 둔화로 수출 부진마저 더해져 0.8∼0.9%라는 최악의 경제성적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지금은 37%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대만인들이 안보위기 가능성에도 압도적인 표차로 민진당 후보를 지지한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경제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절박하게 다가오는 이슈다. 먹고살기 힘들어졌는데 어느 유권자가 경제를 망가뜨린 정당·정치인을 찍겠는가.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며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회가 청년층 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동개혁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법들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우리 정치권은 대만 선거 결과가 주는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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