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굴기'를 상징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연간 7,3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지역 인프라 시장이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속에 열리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AIIB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를 증가시키고 지역의 상호연결 및 경제 일체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적극적인 부양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IB가 글로벌 경제통치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중국이 국제 금융 질서의 새판짜기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리커창 총리는 개소식에 이어 열린 창립 총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가 같은 행사에 모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AIIB에 대한 중국의 기대감을 보여준다
AIIB는 2013년 10월 시 주석이 동남아 순방 때 직접 제안한 후 2년여 만에 닻을 올렸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건설, 토목, 정보기술(IT), 전력, 상하수도 등 인프라 건설 사업자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금줄 역할을 한다. 총 57개 회원국이 1,000억달러를 출자했으며 올해 2·4분기에 첫 활동을 시작해 앞으로 5~6년간 매년 100억~150억달러를 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12명의 정원으로 이뤄진 이사도 선출됐다. 지분율 5위(3.81%)인 한국은 이스라엘·몽골·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이사실로 묶였으며 이 중 과반수의 투표권을 가져 영구 이사(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직을 얻었다. 대리이사는 나머지 3개국이 순환 수임하되 이 중 투표권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이 먼저 맡기로 했다. 관심을 모은 5명의 부총재는 당초 이번 창립 이사회에서 선임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중순으로 미뤄졌다. AIIB 초대 총재는 예정대로 진리췬 중국 전 재정부 부부장이 선정됐고 러우지웨이 재정관이 1기 이사회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한편 개소식에 참석한 리 총리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과 관련, "7% 안팎 성장했다"고 밝혀 정부 목표치인 7%에 미달한 것을 암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014년 7.3%에서 둔화한 것이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세종=이태규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