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바이오업계 힘 빠지게하는 한국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만들어도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고 하니까 얼마나 맥 빠지는지 몰라요."

국내 바이오 업계 고위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약값 인하 효과를 주변에서 몰라준다며 아쉬워했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절염 치료제 베네팔리의 유럽 판매허가를 받아 국내 바이오 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기뻤는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이 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과 셀트리온이 시밀러 사업을 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원본(오리지널)약의 70%까지 약값을 책정하게 돼 있다. 독일은 80%, 프랑스는 85%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시밀러가 나오면 원본약도 값을 30% 낮추게 돼 있다.

그런데도 결과만 놓고 "어쨌든 시밀러와 원본약 가격이 같으니 시밀러 업체가 한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는 게 바이오 업계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시밀러가 나옴으로써 다국적 제약사도 약가격을 낮추는 것이지 복제약이 없는데 값을 내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산업에는 막대한 투자비와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삼성 등이 성공하겠느냐는 냉소마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뒤늦게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바이오의약품은 복제약이라고 해도 개발기간은 7~8년, 개발비용만 2억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격차도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리스크만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포항제철소를 지을 때, 대형 조선소를 세울 때 해외에서는 반대했다. 지난 1977년 리처드 스나이더 주한 미국대사도 정주영 회장에게 "자동차 단독개발을 중단하라"고 종용했다. 그들이 우리를 진정으로 걱정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산업은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신사업이다. 작게는 한 기업의 사운을,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고 뛰는 이들에게 박수는커녕 사기를 죽여서야 되겠는가. 그들에게 더 큰 힘을 북돋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산업부=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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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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