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파에도 특수선 작업 한창… "조선 1번지 명성 찾자" 집념의 한진중공업

■ '자율협약 돌입' 한진重 영도조선소 가보니

전원복직 1년만에 닥친 비보에도 직원들 동요없이 재건의지로 뭉쳐

"더 큰 폭풍우서도 살아남았는데… 최선 다해 이번 고비도 헤쳐갈 것"

중형선 기술 경쟁력 확보 구슬땀

영도조선소 안벽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안벽에서 벌크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임진혁기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제1도크 기념비
영도조선소에 세워진 '대한민국 조선 1번지' 기념비.


지난 14일 찾은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한진중공업이 이날 채권단과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하면서 임직원들은 지난해 3월 전원 복직이라는 기쁨의 순간을 맞은 지 1년도 안 돼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게 됐다.

동요할 상황이지만 현장 근로자들은 '한국 조선 1번지'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집념과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영도조선소의 한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떠나야 했던 3~4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은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최선을 다해 이번 고비도 잘 헤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도조선소는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대도시 중심에 이런 조선소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영도조선소가 한국 최초의 철강 조선소로 1937년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 개발이 안됐지만 점차 부산이 거대도시로 성장하면서 도심 한복판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영도조선소는 26만㎡(약 8만평) 이상으로 확장할 수 없었고 선박 대형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울산·거제 등지에 넓은 부지를 확보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에 밀리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대형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리핀 수비크에 지난 2009년 300만㎡(약91만평) 규모 대형 조선소를 완공했고 영도조선소는 군함이나 대학 실습선 같은 특수선과 중형 상선으로 특화됐다. 이날 둘러본 영도조선소는 '특수선 명가'답게 도크와 안벽 곳곳에 소형 관공선과 군함이 눈에 띄었고 중형 벌크선 5~6척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도조선소의 한 관계자는 "2014년 해군의 대형수송함 제2독도함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 3만8,000㎥급 액화석유가스(LPG)선과 다목적 훈련 지원정, 국립대 실습선 주문을 받는 등 특수·중형선 분야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가장 많은 종류의 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도조선소 중앙의 선박 블록 사이로는 '대한민국 조선 1번지'라고 적힌 기념비가 서 있었다. 영도조선소의 첫 도크가 있던 자리로 2005년 매립되면서 야적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비좁은 부지의 한계를 뛰어넘어 경쟁력을 갖추려는 고민과 노력이 엿보였다.

영도조선소는 앞서 더 큰 폭풍우에서도 살아남은 저력으로 이번 유동성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영도조선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가 뚝 끊긴 후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사 갈등까지 불거지며 영업이 중단됐다. 결국 2011년 말부터 직영 인력 750명의 절반인 300여명이 순환 휴직을 했고 2013년 7월 5년 만에 다시 수주 물꼬를 트면서 지난해 3월 휴업자가 모두 복귀했다. 이후 2013년 15척(6억9,000만달러), 2014년 11척(7억7,000만달러), 2015년 13척(5억달러)을 수주하며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는 한편 지난해 3·4분기 한진중공업의 흑자전환에도 이바지했다.

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은 자율협약과 관련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일 뿐 큰 문제는 없다"며 "보유 부동산도 충분하기 때문에 시황이 받쳐주면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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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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