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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로보어드바이저 시대와 인간의 역할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금융과 기술을 접목한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과 제도의 한계로 상상만 했던 일들이 점차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모바일 송금,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등이 대표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컴퓨터가 투자자의 정보에 따라 알아서 자산의 운용과 배분을 하고 수익률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자동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실제 이를 이용해 자산관리서비스를 하겠다는 회사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문인력이 필요 없고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어 소액투자자도 싼 비용으로 쉽게 투자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컴퓨터는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지난 1997년에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사건도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융통성이 없는 컴퓨터는 인간보다 객관적으로 시황을 분석할 수 있다. 고액자산가가 아니면 자문서비스를 받기 애매한 현실에서 많은 소액투자자에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대량판매해서 이익을 보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운용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초기에 호응을 얻으며 순탄한 출발을 했지만 아직도 사업 유지를 위한 자산 규모에 이르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고객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무인자동차가 상용화 수준에 이르렀지만 전적으로 믿고 운전대를 놓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직 기대만큼 높지 않다.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분야에서 체스처럼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산관리는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으로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전 세계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해왔다. 이에 따라 단순반복작업은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창의성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로 직업의 지평을 넓혔다. 물론 정보와 예측을 제공하는 것이 투자자문의 전부는 아니다. 조언을 통해 투자자에게 심적 안정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투자를 결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러한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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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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