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대지침 전격 시행] "더이상 미루면 산업현장 혼란… 노동개혁시계 되돌릴 수 없다"

경제성장·청년실업 해소 활로 위해 고심 끝 결단

강제성 없어… 통상임금처럼 소송전 벌어질수도



정부가 22일 공정인사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노동개혁 지침을 전격적으로 확정, 발표한 것은 노동개혁 4개 법안의 입법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침마저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정년 60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정부 지침마저 지연될 경우 산업현장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노총이 지난 19일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대화 중단을 선언한 마당에 의견수렴 과정이 길어질 경우 '쉬운 해고'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2대 지침은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과거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단위사업장의 노조들이 소송을 낸다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2대 지침은 법적 효과가 없지만 노동시장 선진화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서 "쉬운 해고, 임금삭감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 추후 부작용과 순작용을 잘 추적하고 보완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 운영 가이드북'은 '채용에서 퇴직까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방안'과 '근로계약 해지의 기준과 절차' 등 2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공정한 평가→재교육·배치전환 등 기회 부여→성과 개선 없을 경우 해고' 등 3단계로 나눠 저성과자의 해고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인력운영 및 평가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이 되도록 바꿔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적인 국내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100인 이상 사업장의 호봉제 비중은 2014년 기준 68.3%이며 제조업 생산직의 초임과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격차는 3.3배에 달한다. 한 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직장에 다닌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승진하고 임금이 올라갈 뿐 아니라 해고를 비롯해 배치전환조차 힘들어 기업들이 갈수록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는 용역과 하도급을 늘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채용과 노무관리 등 기존 고용·인사관행 질서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기업들은 버틸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게 골자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등이 제시됐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행법과 판례에 근거해 2대 지침을 마련한 만큼 내용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해고절차를 전혀 몰랐던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를 고지해 음성적 해고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금처럼 노사신뢰가 깨진 경우에는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안정적인 노무관리를 위해 마련한 지침이 당초 취지와 달리 노사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뿐 아니라 일반해고에 있어 인사규정·성과평가 기준 등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분쟁도 예상된다.

문무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나 정량화 등에 있어 많은 쟁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노사가 지금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면 법적 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도 이번 지침이 인력운용상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침으로 인한 더 이상의 논란과 갈등이 중단되기를 바란다"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인사·임금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임지훈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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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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