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각국 중앙銀부양 압박 커진다

ECB 3월 금리 인하·QE확대 유력… BOJ도 내주 정책회의서 논의

유가 급락·中 리스크 확대로 英·신흥국도 줄줄이 동참 예상

"부양 효과 예상보다 크지 않아 신뢰도만 타격받을 것" 우려도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 등 부양책의 효과가 일시적이고 실물경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임을 이미 경험한 중앙은행들은 추가 부양으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유가 급락과 중국발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되면서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유럽과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추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언급한 ECB의 경우 지난 1월 경기부양책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만큼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를 동시에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ECB가 예금금리를 기존 -0.3%에서 -0.4%로 내리고 현재 월 600억유로인 채권 매입액도 700억유로로 100억유로(약 13조원)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재검토하겠다"며 "금융시장의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어 금리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가파른 엔고로 경기위축 우려가 커지는 일본도 조만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28~2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행 내에서 추가 완화론이 부상한 것은 저유가로 2%의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데다 그동안 일본 수출을 지탱했던 엔저가 엔고로 바뀌고 주가하락도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1월 닛케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4로 지난해 12월(52.6)보다 하락하며 경기위축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저유가로 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인식되면 추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심리 확산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수단으로는 한해 80조엔(약 800조원)인 국채 매입규모를 10조∼20조엔 더 늘리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해 3조엔의 상장지수투자신탁(ETF)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일본은행의 대량 구입으로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완화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밖에 영국중앙은행(BOE)과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경기부양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모든 문제를 중앙은행이 해결해주기 바라는 시장의 요구가 중앙은행들을 더 곤혹스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수년에 걸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부양책을 실시해왔지만 물가목표는 여전히 요원하고 거듭되는 양적완화 정책이 별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면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도만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부양책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헤지펀드 업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은 "시장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왜곡돼왔다"며 "만약 채권과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되면 심각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용순·김현진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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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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