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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는 아들이 멋진 한국 군인으로 거듭나 뭉클했습니다."
한 미국인 아버지가 지난해 말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로 아들을 입소시킨 감회를 훈련소에 e메일로 보냈다. 편지의 주인공은 저스틴 해리스(21) 이병의 미국인 아버지 게리 해리스(64)씨.
주한미군 용산기지 군무원인 해리스씨와 한국인 아내 최용순(54)씨는 지난해 말 5주 동안 군사훈련을 받은 육군 훈련소 26연대 훈련병 약 1,000명의 수료식에 참석한 후 26연대장인 최희관 대령에게 e메일을 보냈다. 아들의 수료식에 참석한 지 사흘 만이었다. 얼굴이 하얗고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해리스 이병은 수료식에서 대열 맨 앞에서 큰 소리로 구령을 외치며 부대를 지휘했다.
해리스 이병은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입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군 복무를 택했다.
24일 육군이 공개한 편지에서 해리스씨는 "훈련소에서 본 아들의 모습은 베트남전쟁 막바지에 신병 훈련을 마친 순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고 썼다.
그는 "수료식에서 아들이 앞으로 걸어 나와 상관에게 경례하는 모습을 볼 때는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에서 논산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아들이 과연 동료들을 잘 지휘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는 해리스씨는 멋진 군인으로 거듭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모든 걱정을 잊었다.
해리스씨 부부는 수료식 직후 최 대령의 사무실로 초청을 받아 아들이 훈련기간 생활했던 막사도 둘러봤다.
그는 편지 끝 부분에서 "내가 근무 중인 주한미군 용산기지에도 한국군 장병이 많다"며 "앞으로는 이들을 볼 때마다 동작을 맞춰 행진하던 육군훈련소 26연대의 훈련병들을 떠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을 마친 해리스 이병은 현재 국군화생방사령부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