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벤처인 톡! 톡!]이채현 데이블 대표,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사이버공간서 금맥 캔다”

[벤처인 톡! 톡!]이채현 데이블 대표,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사이버공간서 금맥 캔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6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다. 사람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한발 더 나아가 별다른 과정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눈앞에 나타나길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서비스가 바로 ‘개인화 추천’이다. 개인화 추천 기술 기반 스타트업 데이블(Dable)은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 플랫폼 ‘데이블 뉴스’ 서비스로 언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채현 데이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기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여행 자체만큼이나 즐겁다. 어디를 갈지, 어떤 숙소에 머물지, 어떤 관광지에 갈지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이미 여행 중인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가끔 여행 준비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여행과 전혀 관계없는 웹페이지 광고창에 기자가 찾아본 여행 정보가 노출되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오사카 여행을 위해 숙소를 검색하다가 스포츠 뉴스 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페이지 하단에 ‘오사카 추천 숙소는?’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종종 이것과 유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웹페이지에 내장된 ‘개인화 추천 서비스’ 플랫폼 때문이다. 이채현 데이블 대표는 말한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사용 중인 웹 브라우저의 쿠키 정보(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로, 사용자가 검색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를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쿠키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용자의 검색 패턴을 파악하고 관심을 가질 정보를 알아서 노출해 주는 방식이죠. 현재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채현 대표가 처음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관심을 두게 된 때은 그가 SK플래닛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7학기 만에 수석 졸업한 그야말로 수재다. 졸업 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 중 외부의 상황을 내부에서 느낄 수 있게 하는 햅틱(Haptic·컴퓨터를 통해 촉각과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 분야의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데이블은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채현 데이블 대표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블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각오다.데이블은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채현 데이블 대표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블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나사’에서 인턴 근무도 한 수재 중의 수재

인턴생활을 마치고 SK플래닛에 입사한 그에겐 주어진 직책도 남달랐다. 개인화 추천 기술을 개발하는 사내벤처 레코픽(RecoPick)의 팀장을 맡았다. 단지 이 대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내벤처는 아니었다. 당시 레코픽은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탑재할 ‘개인화 추천 서비스’ 개발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선 통계 분석과 알고리즘 분석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2년간 매달렸죠. 결국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어요. SK플래닛 내부에서 선정한 5대 미래기술에 뽑히기도 했죠. 현재 11번가에 탑재된 개인화 추천 서비스도 레코픽의 작품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상용화한 팀이 바로 당시 레코픽이었다는 거였죠. 기술력 하나만큼은 국내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맛본 이 대표의 마음속에서는 조금씩 창업에 대한 욕구가 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기대했던 레코픽의 분사는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 대표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회사를 나가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사실 나사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제가 연구원 체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할 수 있죠. 수년간 연구를 해도 이것이 언제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지는 사실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사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장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꾀해 보고 싶었습니다. 당시의 열망이 쌓이고 쌓여 결국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관련기사



이채현 대표는 곧바로 레코픽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SK플래닛 동료들을 찾아가 창업을 제안했다. 아이템은 그동안 레코픽이 개발해 온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상용화였다. 동료들 역시 이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했고, 마침내 지난 2015년 2월 ‘데이블’이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데이블은 ‘데이터(Data)’와 ‘할 수 있는(able)’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당찬 포부가 담긴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데이블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선보였다. 바로 옴니채널(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현한 서비스) 개인화 플랫폼 ‘데이블 커머스’였다. 하지만 이를 기존 유통 채널에 구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생 스타트업에게 자사 온라인 유통망을 공개할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데이블의 기술이 유용하다는 점을 다른 분야에서 인정받은 후 이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데이블의 기술을 눈여겨본 한 언론사로부터 자사 사이트에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데이블 서비스 채택한 언론사들 ‘대만족’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이 언론사가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를 통해 트래픽 증가와 페이지뷰(PV) 상승 효과를 맛본 것이었다. 당시 데이블의 서비스를 시범 적용한 언론사는 방문자 1인당 평균 PV(페이지뷰)가 모바일에서만 무려 2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언론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처럼 데이블의 서비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 대표는 아예 이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성해 시장에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바로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 ‘데이블 뉴스’다.

데이블 뉴스는 각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 독자들에게 개인화된 맞춤 기사와 현재 보고 있는 기사와 관련성이 높은 기사들을 추천해준다. 특히 국내 이슈와 한글 데이터 분석에 최적화된 실시간 빅데이터 및 자연어 처리 기술로 온라인 독자들의 기사 읽기 패턴을 분석해 지금 읽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찾아 제공해 준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평소 부동산·증권 분야 뉴스를 즐겨보는 방문자가 있다면, 홈페이지 접속 후 ‘개인화 추천 뉴스’ 카테고리를 통해 이와 관련된 뉴스가 알아서 노출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을 법한 스포츠, 연예 기사도 일정 부분 노출된다. 개인화 추천 뉴스 카테고리에 노출되는 기사가 총 10개라고 가정하면 부동산·증권 뉴스 5개, 스포츠·연예 등 흥미 위주의 기사 5개가 노출되는 식이다.

이채현 대표가 이끄는 데이블은 독보적인 개인화 추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이채현 대표가 이끄는 데이블은 독보적인 개인화 추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블 뉴스를 도입한 언론사들은 현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일 영역에서 모든 방문자에게 동일 인기 기사를 노출시킨 경우보다 독자의 현재 관심사에 기반을 둔 개인 맞춤형 기사를 실시간 제공했을 때, 독자들이 읽은 평균 기사 수는 모바일 기준 평균 17% 증가했다. 특정 언론사의 경우, 서비스 적용 후 사이트에서 하루 동안 노출된 총 기사 수가 웹에서 20%, 모바일에선 47% 증가하는 등 독자들에게 읽히는 기사의 다양성도 증가했다.

현재 데이블 뉴스 플랫폼을 도입한 언론사는 총 26개다. 일간지, 경제지,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월간지, 주간지, 전문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서 데이블 뉴스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데이블은 최근 무료 과금제를 전격 시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무료 과금제를 통해 언론사들은 기존 월정액을 내는 옵션 외에도 사이트 내 ‘네이티브 광고(마치 기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온라인 광고)’ 영역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블은 광고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월정액 이상의 광고 수익 발생 시 미디어사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배분해 상생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채현 대표는 말한다. “사실 데이블 뉴스는 저희에게 ‘덤’입니다. 이 같은 반응을 기대하지도 못했고 사업화에 대한 생각도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다른 서비스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시작한 일종의 테스트 모델에 불과했습니다. 솔직히말해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하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데이블은 독보적인 개인화 추천 기술과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아시아 지역 최초로 서울 강남에 오픈한 ‘구글캠퍼스 서울’에 1기 멤버로 입주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우수 창업·사업화 아이디어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K-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스타’에선 1등에 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데이블은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서비스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타깃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자체 조사 결과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선 온·오프라인 연계 쇼핑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저희가 운영 중인 ‘데이블 커머스’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 어느 시점에 진출하겠다는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데이블의 플랫폼을 널리 알린 뒤,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김병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