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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딸의 탄생을 기념하며 아이가 살아갈 미래사회를 위해 자신의 주식 99%를 LLC라는 유한책임회사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기부 규모는 당시 시가로 52조원에 해당되는 거액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큰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나이가 불과 31살이라는 점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전 재산의 기부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기부에 익숙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000억달러가 넘는 자선 모금액이 걷힌다. 그중 80%는 개인들의 참여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기부의 70%는 기업이 담당한다. 이처럼 미국의 기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활화·대중화돼 있다. 미국에서 기부는 문화다.
그들의 기부문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긴 역사에 있다. 즉 돈 많은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 왔다는 말이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대표적인 예다. 이 행사는 유명인들에게서 그치지 않고 이들을 선망하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미국의 사회 지도층들은 기부에 있어 모범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따라 하는 것이 일반 대중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전부인가? 문화의 정착은 제도를 필요로 한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화는 지속될 수 없다. 제도는 우선 돈 많은 기업인들의 기부를 지원한다. 일반인들에 대한 지원도 잇따른다. 소득공제다. 개인 기부의 경우 5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일단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힘들다. 기부, 특히 주식 기부에 대한 세금이 과하며 제한이 많다. 재벌의 기부는 저커버그처럼 주로 주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식 기부는 과도한 세금부담을 동반한다.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영리법인에 기부를 해야 하는데 이때 기부하는 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5%를 넘길 수 없다. 그 초과 부분은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낼 경우 최고세율은 65%다. 이는 기부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또한 일반인이 기부할 때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세액공제로써 20% 안팎이다. 이런 부족한 지원 제도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기 어려워지며 사회 유명인사의 참여도 힘들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최선이 아닌 것은 빈곤과 빈부격차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기부를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들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제도는 이런 문화를 소리 없이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