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K푸드 아시안 벨트 만들자] "한국도 할랄 있나?" 되묻기 일쑤… 식품개발·유통 현지화 시급

<3> 블루오션 '19억 무슬림 할랄'

인도네시아 롯데마트8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간다리아몰에 위치한 롯데마트의 한쪽 코너에 마련된 한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네슬레·코카콜라·다농 등 20년전부터 뛰어들어

"2019년 2조5,000억弗시장 선점" 현지 할랄마크 획득

한국 뒤늦게 진출… 라면·과자 등 대부분 외면 받아

할랄식품박람회 자주 열고 식품별 맞춤 마케팅 짜야


지난 8일 찾은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간다리아몰. 이 쇼핑몰 지하 1층에 있는 롯데마트로 들어서자 장을 보러 나온 현지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면적이 33만6,300㎡(1만평)에 달하는 매장 입구에 30개가량의 계산대가 있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롯데마트 매장을 관리하는 현지 직원 다흐리씨는 "이곳은 주로 연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 중산층들이 주로 쇼핑한다"면서 "소득이 늘면서 중산층들이 품질과 위생이 보장되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5,000만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다. 지난해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며 경제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5%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BMI는 올해와 내년 인도네시아 경제가 6~7% 성장해 8,957억달러(2015년) 수준인 경제규모(GDP)가 내년 1조1,090억달러까지 뛸 것으로 봤다. 나아지는 경제 여건에 전체 인구의 18% 수준인 중산층이 오는 2019년에는 3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산층 대부분은 자카르타 같은 경제도시 쇼핑몰에서 소비생활을 한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이슬람 교리에서 허락하는 할랄 식품.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소비재 수출 확대를 노리는 우리나라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 커지는 시장, 낮은 한국 식품 인지도=롯데마트에 늘어선 줄을 지나자 가로·세로 2m 높이의 노란 시리얼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 네슬레 제품이었는데, 겉봉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할랄인증기관인 무이(MUI)에서 받은 할랄 인증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네슬레뿐만 아니라 미국 코카콜라와 프랑스 다농 등 글로벌 업체의 가공식품 열에 아홉은 현지에서 인정한 할랄 마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식품은 달랐다. 매장에 진열된 한국산 라면과 과자들은 대부분 현지 할랄인증마크 대신 국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마크밖에 없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서 발급하는 한국할랄인증마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정도 되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한국 제품이 거의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줄을 선 쇼핑객들의 카트와 바구니에는 할랄인증마크가 박힌 글로벌 식품업체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 제품 코너를 둘러보던 한 쇼핑객은 '한국 할랄 제품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한국도 할랄 식품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 20년이나 늦은 출발, 철저한 현지화 전략 필요=톰슨로이터는 2019년 인도네시아와 중동 국가 등 19억 무슬림이 이용하는 할랄식품 시장이 2조5,360억달러(3,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할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주목한 네슬레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면 우리는 20년이나 뒤인 2010년에 들어서 대상·농심·CJ 등이 동남아 할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성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카르타지사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싸바르(인내해라)'라는 말이 회자 될 만큼 한 번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현지에서 할랄인증을 받고 식품별로 치밀한 유통 전략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로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수출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이 2.6% 감소한 가운데서도 인도네시아와 중동 수출은 각각 2%, 6.2% 늘었다.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할랄태스크포스(TF) 통해 수출 지원에 나선 덕이다. 전문가들은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희열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학과 교수는 "시장 초기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밥을 팔았지만 뜨거운 음식을 싫어하는 말레이시아에서 통하지 않았다"며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최대 한인 유통업체인 무궁화유통의 김종헌 대표는 "현지에서 할랄식품 박람회 등을 자주 열어 한국 식품을 친숙하게 여기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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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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