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일괄 분류 못해… 녹인 있는 ELS는 '초고위험'

Q. ELS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졌는데

ELS 둘러싼 오해와 진실

Q.녹인땐 무조건 원금손실? 녹인과 만기 손실 기준 달라

Q.증권사 의도적 녹인 가능? 지수형 상품선 불가능한 일


홍콩H지수가 급락해 투자원금 손실에 노출되는 '녹인(Knock-In)'에 빠지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도한 공포감이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며 복잡하고 난해한 ELS를 둘러싼 괴담과 사실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고도로 구조화된 상품"이라며 "ELS에 대한 숱한 소문들은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잘 알 수 있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에 나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ELS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녹인과 만기시 원금손실을 동일하게 보는 점이다. 하지만 ELS의 손익구조에서 녹인과 만기시 원금손실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 예컨대 지난해 6월 발행된 '대우증권 13090회 ELS'의 경우 녹인은 최초기준가의 55%지만 만기시 원금손실 기준은 85%로 책정돼 있다. H지수가 14,201.63에 발행돼 이 상품의 녹인은 7,810.89포인트, 만기시 원금손실 기준은 1만2,071.38포인트 밑이다. H지수가 추가 하락해 녹인을 건들더라도 만기시 지수가 반등해 1만2,072포인트 이상만 되면 증권사가 약속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손실도 이 시점에서야 확정된다.

아울러 녹인에 빠졌더라도 주가가 반등해 기준을 충족하면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녹인된 ELS도 다음 조기상환 시점 또는 만기시까지 지수가 상승하는 경우 손실을 줄이거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대부분의 ELS 상품이 만기가 2년 이상 남아 실제 상환시 회복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져 인기를 모아 지난해에만 76조원이 발행됐다. 이 중 H지수 ELS만 46조3,364억원어치가 발행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ELS를 일괄적으로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ELS는 녹인 이전까지는 채권투자 비중이 높아 채권형 상품에 가깝지만 녹인을 일단 터치하면 주식과 다름없는 상품이 된다.

또 녹인 유무 등 수익구조에 따라서도 위험은 달라진다. 실제 증권사의 ELS 투자설명서에도 녹인이 있는 ELS는 초고위험 투자상품으로 분류돼 있고 녹인이 없거나 낮은 상품은 고위험으로 나뉘어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 ELS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중위험 상품이라고 말하겠지만 손실을 경험해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ELS도 보다 다양하게 위험등급을 구분해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 사이트에서는 H지수 ELS에 대한 한 가지 괴담이 돌았다. 증권사들이 ELS 헤지 과정에서 손실을 보자 대량 매도를 통해 H지수 ELS를 대거 녹인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ELS가 녹인 근처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증권사들이 일부 매도 물량을 내놓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지수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홍콩H지수의 시가총액이 665조원 규모로 코스피200지수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녹인 가까이에 다가간 ELS의 규모가 작아 H지수가 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H지수가 6,500선이 무너져 대부분 ELS가 녹인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ELS에 따른 주가하락 압력은 불가능하다"며 "H지수가 6,500선을 밑돌면 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때는 ELS가 문제가 아니라 홍콩 자본시장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이 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발행된 ELS는 대부분 3년 만기 상품이지만 투자전문가들은 ELS가 중장기적인 투자상품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이나 펀드는 중장기 투자가 수익성을 좋게 하지만 ELS의 경우 투자 이후 6개월, 길어도 1년 안에 조기상환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가 있기 때문에 만약 기초자산이 급락할 경우 이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며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기초자산 가격의 흐름을 짚어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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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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