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역성장 시작된 반도체산업… "단기간에 침체탈출 쉽지 않을 것"

■ 위기의 전자산업(2)

스마트폰 성장포화·中 경기둔화에 '한국 텃밭' 메모리시장 충격 더 커

삼성·하이닉스 불황장기화 우려에 올 영업이익 각 2조원대 감소 예상

차량용 반도체 등 새 먹거리 주력



반도체 시장이 지난 3년의 호황을 끝내고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주력 기업들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스마트폰 등 다른 정보기술(IT) 제품의 부진 속에서 실적 보루 역할을 했던 반도체 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업계는 이번 침체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년 만의 매출·영업이익 동반 하락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11조~12조원으로 지난해(13조~14조원)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며 SK하이닉스 역시 2조원 가까운 연간 영업익 하락이 예상된다. 박유악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마이크론 같은 해외 주요 기업도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된 실적 악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 201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 덕에 연이은 실적 고공행진을 벌여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성장 포화와 PC 산업의 쇠락에 더해 중국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올해부터 역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3,290억달러(약 390조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이 70% 이상을 장악한 메모리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시장은 지난해 463억달러에서 올해 420억달러로, 낸드플래시는 322억달러에서 317억달러로 각각 6%, 1.6% 축소가 예상된다. 제품 가격 하락세도 이어져 D램 기준가격은 지난해 초 3.38달러에서 올해 말 1.44달러로, 낸드는 2.75달러에서 1.52달러로 주저앉는다고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전망했다.

이미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인 TSMC와 대만 메모리 기업들의 지난해 말 실적이 대폭 하락하면서 한국 기업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 629억달러(약 75조5,870억원)를 돌파하며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운 한국 반도체 수출액 역시 올해 역성장이 유력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 규모를 전년 대비 2.6% 줄어든 612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지난해 4·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개별 IT 기기 시장은 포화지만 PC·스마트폰 성능의 상향 평준화와 고성능 서버 교체 덕분에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나쁘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4·4분기까지 최신 20나노 초반대 공정을 모바일부터 PC에 이르는 D램 전 품목에 적용하면서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3차원(3D) 낸드도 올해 양산을 시작해 웨이퍼 2만~3만장까지 양산 규모를 늘린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18나노 D램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나노는 그 숫자가 작을수록 생산성이 높고 고용량·고성능 칩이라는 의미다.

국내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처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새로운 영역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통합칩을 자체 제작해 올해 출시할 갤럭시S7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아우디의 차세대 스마트카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협약도 맺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도 최신 완성차 탑재가 급증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갈 메모리 개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비책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 수요 침체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윤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국내외에서 IT 전반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경기부양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국마저 메모리 산업에 진입할 경우 한국 기업들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XMC는 내년께 3D 낸드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미국 스팬션과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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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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