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년 한국경제 위협할 ‘삼각파도’를 대비하라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한국금융연구원은 2016년의 한국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2015년 2.6%보다 0.4%p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 폭이 1%p 정도만 되도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해외자본이 100억 달러 정도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여러모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1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152개 신흥국은 4.5%, 37개 선진국은 2.2%로 예측했다. IMF기준으론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대략 3.1% 정도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2016년 성장률은 2015년 대비 약 0.5%p 상승한 수준이다. 예측이긴 하지만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2015년 2.6%에서 2016년 2.8%로, 일본은 0.6%에서 1.0%로, 유럽은 1.5%에서 1.6%로 소폭이나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러시아는 -3.8%에서 -0.6%로, 남미는 -3%에서 -1%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전체적인 모습은 조금 나아지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6.8%에서 6.3%로 다소 감소하는 쪽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선 매우 좋은 숫자이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성장률 둔화 땐 대 중국 수입이 대폭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큰 영향을 미치는 대중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성장 둔화세가 점점 심각해지다 보면,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해운 관련 물동량이다.

해운운임지수 중에서 가장 유명한 발틱운임지수는 벌크선 화물에 대한 운임을 지수화한 것이다. 1985년 1월 4일 운임 수준을 기준(1,000)으로 삼아 벌크선으로 운송하는 원자재에 대한 운임을 평가한다.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기가 호황임을 나타낸다. 이 발틱운임지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5년 11월 20일에는 498을 나타내 급기야 500 이하로 하락했다. 이 지수가 발표된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중국의 수출 및 수입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가 해운회사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배가 남아돌고 있다. 배가 남아도는 해운회사들이 신규 선박 주문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조선회사의 일감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해운과 조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동시에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2015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수출이 줄어들다보니 설비 가동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숫자로 예를 들어보자. 200을 수출하고 180을 수입하는 경우나 100을 수출하고 80을 수입하는 경우나 모두 흑자규모는 20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생산설비가 200만큼 가동되고 후자는 100만큼만 가동된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동일하지만 생산설비가 과소 가동되는 후자의 경우는 설비가 남아돌기 때문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흑자 난다고 좋아만 할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중국의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 내에 과잉설비 문제가 부각되면 이는 곧 재앙이 될 공산이 높다.

이 문제는 자원 가격 하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원 생산국들의 수출액이 줄어들고, 또 이들이 수입을 줄이면서 중국 제품 수요가 감소해 중국이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수입액 감소는 물량보다 가격 하락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같은 축소 지향적 교역 감소의 후유증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 부진의 후유증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신흥국들이 자원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중국 제품 수입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과 수입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와 자원가격 하락이 자원수출 신흥국들을 강타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한국의 2016년 성장률을 2015년의 2.6%보다 0.4%p 높은 3.0%로 전망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여파로 힘들었던 2014년과 2015년 성장률이 각각 3.3%와 2.6%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2016년에는 2014년과 2015년의 평균 정도에 해당하는 성장률 전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만족할 수준의 성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한다.

이 같은 전망의 바탕에는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 부진이 깔려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4년 1.8%, 2015년 1.9% 정도였고, 2016년에는 2.2%로 전망되고 있다. 약간씩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3년 모두 경제성장률보다 낮다는 점이다. 성장률 대비 각각 1.5%p, 0.7%p, 0.8%p 만큼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민간소비가 이렇게 부진하다 보니 성장률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경제엔 미국의 금리 인상이란 걱정거리도 드리워져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1%p 정도면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해외자본이 100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에서의 자본유출 규모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신흥국은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외환보유고는 적은 터키나 브라질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되고 있는 브라질에 큰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 영향보다 다른 신흥국을 통한 2차, 3차 파장이 더욱 클 수도 있다.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기 요소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 여기에 더해 우리에게 간접적 영향을 주는 원자재 가격 위기가 동시에 한국 경제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우리 경제 내에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현상이 정착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 그리고 너무 증가한 자영업 비중으로 인한 취약성 문제가 부각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중층적인 문제를 안고 출발하는 병신년 새해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국가 거버넌스를 보다 실리 위주로 개편하고 갈등과 투쟁, 명분에만 집착하는 정치 부문을 개혁한다면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확실한 개혁과 구조개선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새해 한국 경제는 다가오는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우리 스스로의 개혁과제를 중단 없이 추진해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는 ‘투트랙’접근을 도모해야 한다. 체질을 개선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국내외에서 일렁이는 위험의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뛰는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