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암을 치료하는 더 나은 방법

이 오래된 질병의 비밀은 종양 속에 숨은 분자 데이터에 있다. 이 데이터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정확한 치료법을 알아내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By Brian Druker, MD


필자는 표적 항암치료 개발에 평생을 바친 종양학자로서, 대부분 환자들이 질병의 발전 및 전이 원인도 모르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껴왔다. 전통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전이성 질병에 걸린 경우, 일반 암에 걸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에 한참 못 미친다. 췌장암 같은 일부 암의 경우는 7% 정도로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필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을 야기하는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표적약물 글리벡 Gleevec의 임상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이 치료제는 3~5년 정도 되는 환자 대부분의 기대수명을 보통 수명으로 전환해주었다. 환자들이 약 복용을 중단하고도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점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항암제 개발의 매우 흥미로운 모델이다. 유전체 전장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정밀의학에서 더 많은 성공 사례들이 도출될 것이며, 현재에도 여러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유전자 맞춤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제공되려면, 지식 공유법에 대한 재평가가 상당 수준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종양의 유전자 정보를 알아낸 매우 운 좋은 소수 환자들의 경우에도, 암 발병의 원인인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진행하느라 몇 달이 소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용도 수만 달러가 들어간다. 분석이 완료된 후에도, 유전자 정보 데이터 만으론 권고 된 치료법이 효과적일 것인지 판단하는 게 충분치 않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나이트 암 연구소(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Knight Cancer Institute)에서 일을 할 때 만난 한 IT기업 경영인은 정밀 의학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운 좋은 실제 사례였다. 그의 경험은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인텔 헬스케어 그룹 회장 에릭 디시먼 Eric Dishman은 희귀한 정체불명의 신장암을 23년이나 앓아왔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운좋게도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해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 후에도 결과 데이터를 담은 하드 드라이브를 미국 전역의 종양학자, 컴퓨터 과학자, 데이터 전문가에게 보내 분자 구성을 기반으로 한 치료 계획을 짜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그렇게 마련된 계획에 따라 치료를 받은 뒤, 몇 달 만에 기적적으로 암 치료에 성공했고, 신장이식을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에릭은 이 같은 경험을 한 후 필자에게 연락을 취해 정밀의학을 시행할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인텔과 나이트 암 연구소는 공동으로 2020년까지 환자들에게 암 정밀의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의약 및 기술업계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치료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치료 팀이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 및 분자영상의학을 통해 환자의 암 세포를 분석하고, 24시간 내에 환자에게 맞는 정밀 치료 계획을 내놓을 것이다.

이는 가장 발전된 암 센터에서 조차 매우 복잡하게 이뤄지는 과정이다. 기준이나 분석 도구가 부족하고, 이리저리 분산된 데이터 때문에 제약 사항도 많다. 진전을 이뤄내려면 임상 작업흐름 및 컴퓨팅의 효율성, 그리고 연구 성과의 공유 방식이 상당 수준으로 향상돼야 한다.

정밀의학의 대부분은 데이터 과학이라 할 수 있다. 정확도를 극대화 하려면, 의료진과 연구원들이 어떤 의약품 또는 어떤 의약품의 조합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거대한 데이터를 전산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잘 알려진 성공 사례들이 있다. 워싱턴 대학의 예를 살펴보자. 한 연구자의 백혈병이 반복적으로 재발되고 치료법도 듣지 않았다. 동료들은 그의 종양 DNA 염기서열을 분석했고, 병의 완화를 유발하는 의약품에 반응을 보였던 주요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원인불명의 뇌염을 앓는 위스콘신의 한 소년이 있었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그의 목숨을 살릴 항생제를 찾아냈다. 어떤 아이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전혀 없는 선천적 기형이 있었지만, 최신 기술에 능통한 그의 부모들은 전 세계에서 유사사례를 찾아 냈다. 그리고 발작장애와 유사한 아이의 증상을 통제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유전자 연구원들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잠재력이 큰 분석기법에 접근할 수 있거나, 혹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인 상황이다.

DNA 염기 서열 분석 비용이 하락하고 분자 영상의학이 더욱 일반화됨에 따라, 관련 임상 결과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 및 민간 데이터 베이스도 성장할 것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산재돼 있는 데이터 조각들-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을 찾아내는데 필요하다-을 한 곳으로 취합할 것이다. 이 데이터는 매우 방대하다. 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는 1테라바이트에 달하며, 이는 20만 곡의 MP3음악 파일과 동일한 용량이다. 그래서 이 방대한 데이터를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전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연구소는 나이트 암 연구소와 인텔이 진행하는 ‘하루 안에 해결(all in one day)’ 비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토타입의 공동 암 정밀 의학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상 최초의 이 플랫폼은 현존하는 공공 및 민간 컴퓨팅 클라우드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며, 연구 결과를 표준화해 데이터 공유를 더 용이하게 해준다.

전통적인 독립적 접근 방식과는 달리, 이 프로토타입 플랫폼은 분산형 모델이다. 때문에 의학 센터에선 보안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기관의 데이터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접속할 수 있다. 안전한 익명의 결과를 각각의 데이터 사이트에서 전산화해 다시 허가된 사용자들에게 전송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있다. 각각의 파트너들은 환자 데이터의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고,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암 치료 지식 기반을 확장할 수 있어 전 세계 환자들의 치료 성과가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시험 프로그램을 지난 8월 시작했다. 2016년 1분기에는 다른 대형 암 기관 두 곳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 규모라면, 세계 곳곳의 의사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수백만 암환자들의 유전자 및 임상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사들은 환자들 각각에게 맞는 최적의,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을것이다. 미래에는 당뇨, 알츠하이머, 자폐증과 같은 질병들에 대한 공동 정밀 의학 클라우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정밀의학의 정확도는 가용 데이터의 정확도에 달려있다. 암처럼 복잡한 질병의 이해도를 높이려면, 의학 및 기술업계가 협력해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접근할 수 있는 방대한 공공 및 민간 유전자 데이터를 창출해야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아니성공할 것이다-수백 만 명이 겪는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치료 과정을 더 예측 가능하게, 맞춤식으로, 하루 안에 진단해 치료법을 권고해주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사는 동안에는 이 질병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병에 대항할 방법을 상당히 진전시킬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나이트 암 연구소장이자 의학박사인 브라이언 드루커(이 글의 필자)는 2009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아 래스커 상(Lasker Award)을 수상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