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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현대미술가 백남준(1932~2006)은 1984년 1월 1일 뉴욕·파리·베를린과 서울을 위성 생중계로 연결하는 유례없는 퍼포먼스에 도전했다. 정오의 뉴욕과 오후 6시의 파리, 새벽 2시 서울의 텔레비전에서는 새로운 볼거리가 펼쳐졌고 세계인은 문화 충격에 빠졌다. 조지 오웰이 1949년작 '1984'에서 매스미디어에 의한 감시 사회로 표현한 암울한 미래를 백남준은 이처럼 굿판같은 위성 텔레비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구현했다.
그리고 2016년 1월 29일,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딱 10년이 되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봉은사에서 열리는 '고(故) 백남준 추모 10주기 행사'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된다. 백남준의 추모식이 '백남준식'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장례식 때도 옆 사람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1960년작)가 다시 펼쳐져 '아쉬운 눈물의 이별' 대신 '웃으며 다시 또 안녕'을 실천했던 백남준답게, 생전 예술관을 반영했다. 경기도 용인 소재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이번 온라인 추모행사의 사령탑을 맡아 추모식과 퍼포먼스 등을 진행하고 유튜브를 통해 이를 생방송으로 송출한다. 추모식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 수필가 이경희, 이기웅 열화당 대표,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큐레이터 불프 헤르조겐라트 등의 지인이 참석해 고인에 관한 각자의 기억을 전달할 예정이다.
온라인 라이브 추모식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이날부터 31일까지 3일동안 진행하는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의 일환이다. 행사 제목은 백남준이 50여 년 전인 1965년 비디오테이프의 첫 상영회 때 발표한 '레이저 아이디어 3번'에서 착안됐고, 이후 백남준은 1996년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 프로그램을 발표해 미래의 다채널 방송국을 예언했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는 일본·독일·미국 등을 오가며 활동한 백남준이 특히 한국에서 행한 활동과 작품을 중심으로 '백남준, 서울에서'라는 전시를 오는 3월6일까지 연다. 백남준은 1990년 여름 갤러리현대 뒷마당에서 전위예술인 플럭서스 운동을 함께 벌인 평생의 친구였던 독일 작가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를 벌였다. 당시의 각종 기록이 26년 만에 대중앞에 선보인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가 매입한 창신동 백남준의 유년시절 집터에 기념관을 조성해 백남준의 탄생일인 7월20일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다. 이 공간은 백남준의 삶의 궤적을 되짚고 작품세계도 살펴볼 수 있는 '사이버 뮤지엄' 성격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6월 14일~7월31일 백남준의 10주기 추모전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