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부동산 자문·중개 변호사 진출

최근 변호사들이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인중개업계와의 영역 다툼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 변호사 10여명이 부동산 법률자문 서비스 기업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을 개업하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 회사를 상대로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의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업 진출을 찬성하는 측은 법률사무 수행 과정에 수반되는 중개 및 알선 행위가 변호사법에 명시된 일반 법률사무로 볼 수 있어 위법 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수요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믿을 수 있는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반대 측은 돈을 받고 부동산 거래를 알선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판례가 있고 변호사의 중개업무가 의뢰인 이익과 변호사 이익의 이해 상충 방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싣는다.



찬성-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종합서비스 제공 '안전 부동산 거래' 가능

●부동산 관련 분쟁 줄일 법적 전문가 필요

●정액제 수수료 도입… 가격경쟁 활성화 기대

●大法도 '권리분석, 변호사 고유 업무' 인정


최근 현직 변호사가 부동산 법률자문 및 중개를 위한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저렴한 정액 수수료를 내세운 서비스에 나서면서 변호사의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업 진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국민에게 법률자문과 중개를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국민들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기업들의 부동산 거래나 대형 빌딩 거래 등 일부 부동산 거래에만 제한적으로 변호사의 법률자문이 이뤄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의 사전 법률자문을 거쳤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부동산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중개인의 고의나 부주의에 의한 중개사고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다행히 최근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돼 그동안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관련 분쟁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국민들에게 부동산 중개부터 법적·세무적 문제에 대한 자문 및 등기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변호사의 진출로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도 활발해져 관련 수수료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소위 '반값 부동산중개료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일정 구간의 할인에 불과해 중개수수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고 중개수수료가 부동산 가격에 비례하는 정률 방식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경우에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문제점 역시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변호사들은 정률이 아닌 정액 방식의 저렴한 수수료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같은 시장 진출은 경쟁 활성화를 통해 관련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도 변호사의 법률사무와 관련된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업무 수행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개 자체는 중개업자가 하더라도 계약서 작성 및 관련 자문과 같은 법률사무는 변호사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욕·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주 등은 변호사에게 부동산중개업 허가의 예외를 인정해 변호사가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부동산 매매·임대 등의 중개업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변호사에게 법률사무와 관련한 부동산 중개업무의 수행을 인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의 법률사무에 부동산중개업법상의 중개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변호사의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개설등록 신청에 대한 반려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로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단순한 사실 행위인 중개만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변호사로 부동산에 관한 법률사무와 복합적 성격을 갖는 중개업무 또는 법률사무에 부수된 중개업무를 수행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동산의 매매·임대차와 관련된 계약서의 작성은 전형적인 변호사의 법률사무이며 부동산등기부 등본에 등재돼 있는 권리관계의 법적 효과를 분석하는 권리분석 업무가 변호사법상 인정되는 법률사무라는 점은 대법원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률사무의 수행 과정에 수반되는 중개 내지 알선 행위 역시 변호사법에 명시된 일반 법률사무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변호사들의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 시장 진출을 계기로 관련 시장에 법치주의와 준법의식이 뿌리내려 투명성이 제고되고 종합적인 서비스가 활발히 제공돼 하루빨리 부동산 자문·중개 서비스업의 선진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반대-김상범 세종사이버대 자산관리학부 교수

중개는 쌍방 대리… 변호사 법 위배

●大法 '중개, 일반 법률사무 아니다' 판결

●의뢰인 이익과 상충… 윤리 규정 어긋나

●거래 성사 위한 알선 업무도 불법 가능성


'중개'란 제3자가 두 당사자 사이에 서 일을 주선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어느 일방을 대리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의 업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동산 중개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변호사는 법률자문으로 중개업무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무를 수행하려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에 노출된다.

첫째, 공인중개사법 제2조제1항에서 규정한 중개는 변호사의 일반 법률사무와는 구분된다. 따라서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행위는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6년 대법원은 변호사의 업무영역으로 생각되는 일반의 법률사무에 중개 행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변호사가 부동산중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해 상충 방지'라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중개사가 수수료를 받는 시점은 잔금이 지급됨으로써 거래가 종료되는 시점이지만 변호사는 법률자문이 종료되는 시점에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변호사가 수수료를 잔금이 지급되는 시점에 받는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신뢰와 이익에 반해 계약이 체결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주와 달리 뉴욕주에서는 중개업법에 따라 변호사도 중개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허용했다. 그럼에도 뉴욕주 변호사들은 사실상 중개업에 진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부동산 거래에서 의뢰인의 법률자문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의뢰인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의뢰인 이익과 변호사 이익의 상충을 야기하게 되며 이것이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셋째,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는 '쌍방 대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 쌍방의 법률자문을 동시에 맡는 것은 불법이고 같은 사유로 거래를 중개해 양 당사자에게 보수를 받는 것이 불법이 된다.

넷째, 변호사법 제34조제1항에 따라 변호사는 사전에 금품이나 다른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고 의뢰인을 다른 변호사에게 소개하거나 알선 또는 유인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또한 같은 법 제34조제5항에 따라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다른 변호사에게 소개하거나 중개수수료를 다른 공인중개사와 나누는 행위도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가 중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때 경매물건의 입찰대리 자격을 변호사에게 국한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매법정에 입찰대리를 나서는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트러스트부동산은 중개가 아니라 법률자문만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트러스트부동산의 이용약관 제2조에서는 "보증금이라 함은 회원이 부동산 거래를 회사에 의뢰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라고 명시하고 있어 법률자문 의뢰가 아니라 거래를 의뢰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 제3조에서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동산 중개 서비스'라는 점을 아예 드러내고 있다. 보수 지급 시기도 법률자문이 완료되는 시점이 아니라 '매매와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는 당일 현장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변호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약 체결을 유도해야 하는 이해 상충이라는 문제점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소비자가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받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인중개사나 변호사 어느 일방을 통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최상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위해 둘 다 고용할 것이고 현명한 전문가는 그들의 고유한 영역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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