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아이컨에 백기… 제록스 쪼갠다

제조-서비스 부문 분리하고 아이컨 경영 참여 보장

100년 전통의 사무기기 제조업체 제록스가 기업사냥꾼 칼 아이컨(사진)의 공격에 백기를 들었다. 아이컨의 요구대로 기업을 두 개로 쪼개고 아이컨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제록스는 이날 사무기기 제조 부문과 서비스 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의 사업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두 부문 모두 주식시장 상장은 유지된다. 아이컨은 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설립하는 법인의 의사회에서 3개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컨은 지난해 11월 제록스의 지분 8.1%를 매입했다고 공개하면서 단숨에 뱅가드그룹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분사로 제록스는 사실상 지난 2010년 약 60억달러에 '어필리에이트 컴퓨터 서비스'를 인수하기 이전으로 회귀하게 됐다. 어필리에이트 컴퓨터 서비스는 정부나 기업에 콜센터와 백오피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제록스의 서비스 부문으로 통합됐다.

아이컨은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부문을 떼어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록스의 서비스 부문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전통 사업 분야인 사무기기 제조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제록스의 기업 가치는 연매출(약 200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이컨은 최근 수익성이 높은 부문과 낮은 부문이 혼재된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두 부문의 분사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지난해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팔을 분사한 이베이다. 제록스의 분사를 두고 시장에서 '칼 아이컨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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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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