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
SW 개발·유지·보수를 1년 단위 저가입찰로 해선 전문기업 키울 수 없어
시설과 프로그램 업체에 개발맡긴 뒤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소프트웨어 홀대하면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추억’으로 전락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유지·보수를 1년 단위로 저가입찰로 하는데 이래서는 전문 기업을 키울 수 없습니다. 기업(또는 컨소시엄)에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한 뒤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혁신을 불러 일으키며 소프트웨어산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조현정(사진·58)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최근 서대문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를 기업에 발주할 때 민간이 기부채납한 후 임대료를 받거나(수익형 민자사업-BTO·Build-Transfer-Operate) 직접 운영해 사용료를 받든지(임대형 민자사업-BTL·Build Transfer Lease)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A부처에서 A프로젝트를 발주할 경우 보통 5~7년 뒤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매년 개발·유지·보수에 대해 저가입찰을 해 중간에 기업이 바뀌기도 하는 풍토에서는 전문기업이 클 수 없다는 게 그의 쓴소리다.
소프트웨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983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당시 의료정보 전문기업인 비트컴퓨터를 설립한 그는 소프트웨어 벤처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내수판매는 물론 태국 등 10여 개국의 병원에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공공 부문 매출이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 대표가 아닌 벤처인으로는 처음으로 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에 올랐으며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소트프웨어를 발주하면 토목·건설처럼 투입 인력의 숫자를 따져 용역비를 산정합니다. 하지만 민자사업 방식으로 바꾸면 기업은 소트프웨어 산업의 특성에 맞춰 10명이 할 수 있는 것도 혁신해서 2~3명이 진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정부는 예산이 줄어 좋고 기업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요.” 그는 이어 “현재는 공공 발주로 10명의 인건비를 주면 정부·기관은 그 인력이 정말 투입되는지 계속 확인하려 해 세종시나 지방 발주분을 소화하기 위해 인력을 현지에 상주시켜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돈벌이를 좇아 의대 위주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교육풍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조 회장은 “페이스북을 세운 마크 저커버그, 유튜브 설립자인 스티브 첸,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우버를 창업한 트레비스 캘러닉 등은 모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며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자동차 등 주요품목은 물론 카드·음악·금융·방송 등 수 많은 분야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은 핵심 원천 소프트웨어 기술을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 회장은 “ICT 발전으로 미래에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 하는데 그 확률은 해당 직군의 소프트웨어 활용도와 일치한다”며 “우수 인력이 소프트웨어를 외면하고 사회에서 제값도 지불하지 않으면 과거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추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회장은 “처음 비트컴퓨터 설립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분류조차 없어서 서비스업 기타 업종으로 등록했다”며 “박근혜정부에서 상용 소프트웨어 유지관리요율을 기존 8%에서 2017년 15%로 단계적으로 상향키로 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보다 요율을 높게 쳐준다”고 설명했다.